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16일 “대학의 연구비 정산 자율성과 전문성 도입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 연구자 자율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위 학술단체인 '와셋'(WASET) 논란에 대해선 연구비 유용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구비 정산 기준을 간소화해 연구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면서 “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어떤 것은 안 된다는 항목외에 다 된다는 식으로,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통해 연구비를 관리하는데 인적구성,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협력단에 연구비 관련 규정 유권해석을 하는 책임관을 두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된 가짜학회 '와셋' 관련해선 “학계에서 경고나 경계가 없었기 때문에 지난 10여 년간 이런 학회가 성행했다”면서 “'이런 학회는 주의해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연구비를 매년 정산하는 구조가 연구비 소진을 위한 무분별한 학회 참석 풍토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연구비 정산 기간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연구재단의 연구자정보 시스템인 KRI를 통해 국내 연구자의 부실 학술활동을 집계한 상태”라면서 “대다수 연구자가 한 번만 간 것으로 조사됐지만 22회나 참석한 연구자도 있다”고 전했다. 반복성, 고의성이 의심되는 연구자는 소명하도록 하고, 연구비 집행 내용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서은경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에 대한 연구재단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재료비 부정 집행 부분에 대해선 연구재단 차원에서 연구비를 환수하고,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관리기관 통합 계획으로는 “연구재단과 피통합 기관이 큰 틀에서 방향성을 맞추고 세부적으로 (기존처럼) 독립성을 유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지난달 9일 제6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출신의 노 이사장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일해왔다. 황우석 사태 당시 연구처장으로 진상조사에 참여했다.
이밖에 국립서울대 법인이사, 기초연구연합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등을 두루 지냈다. 연구현장과 정부 R&D 정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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