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라이프'라는 메디컬 드라마를 즐겨 본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최고 대학병원에 그룹 계열사 임원이 총괄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의료진과 갈등을 빚는 내용이다.
총괄 사장은 병원도 기업이라는 일념으로 수익 창출에 몰두한다. 매출이 낮은 진료과를 정리하거나 계열 보험사, 제약사에 환자 정보와 의약품 거래를 추진한다. 의료진은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본다며 반발한다.
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유가 있다. 기존 메디컬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착한 의사'와 '나쁜 의사' 간 선악 구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기존 관념에서 병원 수익을 추구하는 총괄사장은 '악'이다. 맞서는 다수 의료진은 선이다. 이 드라마는 아니다. 의료진은 환자 안전이나 의사 본분 보다 명성과 출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립한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의사를 만나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다수가 총괄사장 입장이 이해된다고 한다. 드라마 특성상 과장된 면은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 구조에 비춰 보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병원 수익은 더 떨어진다. 장례식장, 식당, 주차장 등을 넓혀서 수익을 채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물론 의료기기, 의약품, 의료 서비스 등에 연구 역량 기반 수익 창출도 시도한다. 그러나 병원이 회사를 설립하거나 연구 수익을 재투자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달 정부는 연구중심병원 대상 산병협력단,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병원도 연구 영역 기반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 법 개정 작업이 복잡하다. 우리나라 병원은 의료법인, 학교법인, 사회복지재단 등 다양한 설립 형태를 띤다. 산병협력단,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형태별 적용 법을 모두 바꿔야 한다. 부처별 논의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기존 드라마는 착한 의사, 착한 병원을 제시한다. 라이프는 '현실'이다. 선과 악 구분을 떠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병원이 공공의 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당한 노력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도록 인식 개선과 법 개정이 시급하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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