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심상치 않다. 2분기 가계대출이 1500조원 턱밑까지 올라왔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 대출과 카드사, 백화점 등 판매 신용을 더한 가계 신용 잔액은 1493조2000억원이었다. 전 분기보다 약 24조9000억원 늘었다. 이 추세라면 3분기에 1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로 2015년 1분기 이후 3년 3개월 만에 8% 아래로 떨어졌다. 8%는 정부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다. 2016년 4분기 11.6%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2000만 가구를 감안하면 단순 계산해도 가구당 빚이 7500만원에 이른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가계 부채는 '경제 뇌관'으로 불린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는 부동산 가격과 맞물려 있다. 대부분 부채는 부동산 구매 자금이다. 빚을 내서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많다. 집값이 떨어진다면 가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심리 저항선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지만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국내도 이자율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이 또한 가계에는 치명타다. 가계 대출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무엇보다 가계 대출은 소비와 직결돼 있다. 빚은 많은 상황에서 씀씀이를 늘릴 리 없다. 소비 주체인 가계가 소비를 줄인다면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 이윤이 감소하면 고용과 소득에 다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장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게 삼척동자도 아는 경제학 이론이다. 가계 대출을 포함해서 각종 경제지표는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경제 정책도 타이밍을 놓치면 백약이 무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