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전격 취소하면서 내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회담 개최 시기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에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주 초 새로운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국제담당 부사장과 함께 네번째로 평양을 찾을 계획이라 밝혔지만,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교역 입장 때문에 그들(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와 함께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에 청와대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그간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교착 상태였던 북미관계에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폼페이오 장관 방북 무산과 관련해, 청와대 관저에서 관계부처 장관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부,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이 보고했다. 김의견 대변인은 “향후 북미 관계를 논의하고, 대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면서 당장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종전선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북한과 의미 있는 비핵화 협의가 이뤄진다면 북한이 그간 요구해온 종전선언 논의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정부는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최대 변수였던 폼페이오 장관 방북이 취소되면서 이 같은 종전선언 논의 과정도 순조롭게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 방북이 완전히 닫힌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그를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고 밝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북미정상회담에 앞서서도 트럼트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면서 판을 흔든 바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