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경쟁이 과열하고 있다. 전통적인 캐피털 시장에 은행과 카드사가 잇달아 진입하면서 파이를 잠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은행과 카드사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영업을 강화하면서 캐피털사가 밀려나는 모양세다.
이런 변화에 캐피털업계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에 자동차할부업을 허용하면서 캐피탈사의 보험판매는 여전히 막혀 있어 불공정 경쟁이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 금투업계를 제외한 은행과 카드사, 캐피털 등이 몰리면서 금융지주 계열사 내 '형제의 난'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은 규모가 작아 타 금융권의 관심 밖에 머물렀지만, 금융권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최근 진출이 늘었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그간 은행은 자동차할부금융을 구멍가게에 비유하면서 진출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익이 줄면서 영업다변화 차원에서 수익성이 나는 모든 시장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시장을 점차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5346억원이던 은행의 자동차대출 실적은 2016년 1조3553억원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2조3765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는 고객 접근성이 높고 금리가 캐피털사보다 낮다. 조달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워 낮은 금리로 자금 융통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기반 플랫폼으로 과거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영업력도 높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은행의 경우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은행 쏠편한 MYCAR대출'을 판매 중이다. 신차기준 최고 1.6% 우대금리 적용하면 이날 코픽스 기준 최저 3.41%~5.01%로 대출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의 'KB 모바일 매직카대출'도 우대금리 최고 1.4%를 적용하면 최저 3.43%~4.83%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신한카드는 '오토 다이렉트'로 국산신차 기준 최저 1.85%~4.2%로 대출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상품 할부이자율인 연 4.3~6.9%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신한캐피탈은 신차 기준 최고 금리는 연 13.0%로, 은행이나 카드사와 비교하면 최고금리 기준 3배가량 높다.
이에 캐피털사 자동차할부금융 시장 성장도 정체됐다. 지난해 기준 캐피털사의 자동차금융자산은 58조5000억원으로 전년(55조1000억원)보다 6.2%(3조4000억원) 늘었지만, 자산 대비 자동차금융 비중은 0.2%포인트(P) 성장에 그쳤다.
업계는 31일 예정된 윤석헌 금감원장과 캐피털사 대표(CEO) 회동에 주목하고 있다. 캐피털사가 최근 금융당국에 생존권을 이유로 자동차보험 판매 허용을 건의했기 때문이다. 캐피털사 CEO와 금감원장 만남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생존을 위해 자동차보험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여전히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 소비자 보호 위협, 설계사 생존권 등이 위협 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며 “이에 캐피털사 CEO가 직접 금감원장에게 건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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