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맥주 인기에 국산 맥주가 맥을 못추고 있다. 주세법 개정 마저 무산되자 국내 맥주업체는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발포주 시장 진출을 저울질 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필라이트'로 시장을 선점한 하이트진로와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 후발주자 롯데주류는 저마다 전략으로 발포주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마련이 한창이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주류로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에 속해 세금이 낮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주세법상 수입맥주와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국산맥주로서는 더이상 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과 함께 틈새시장 공략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발포주에 대한 기준이 달라 제품 수입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기준으로는 발포주지만 국내에 수입될 경우 일반주류 기준에 속해 수입산이 국산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포문은 하이트진로 '필라이트'가 열었다. 수입맥주가 가정용 시장을 키워나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월 필라이트를 출시했다. 현재 경쟁 제품 없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품절 대란을 일으켰으며 1년 3개월만에 3억 캔 판매를 넘어섰다. 지난 4월 출시한 필라이트 후레쉬는 출시 72일만에 3000만캔을 돌파하며 기존 필라이트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필라이트가 인기를 끌자 오비맥주도 발포주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오비맥주는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발포주 출시를 목표로 제품 개발과 가격, 제품명 등을 논의중이다. 대표 브랜드 '카스'의 시장 잠식이 우려되지만 발포주 시장성과 성장성을 확인한 만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오비맥주의 발포주 시장 진출에는 맥주 종량세 도입이 무산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수입맥주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도입이 연기되자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발포주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필라이트는 가정용으로만 판매되고 있지만 오비맥주는 가정용 뿐만 아닌 유흥용 제품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흥용 발포주 제품의 경우 병 제품보다 생맥주 시장 위주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체 시장 점유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생맥주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동시에 향후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일반 제품과 달리 타격이 예상되는 생맥주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주류의 발포주 시장 진출도 지속 거론된다. 롯데주류는 후발주자인 만큼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 시장공략에 집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성장하는 발포주 시장을 계속해서 방관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롯데주류가 일본 아사히주류와 기술제휴를 통해 발포주 개발에 나섰다', '독일 맥주 설비회사가 롯데주류 충주 2공장 실사를 다녀갔다' 등 롯데주류의 발포주 시장 진출에 대한 갖가지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현재 발포주 시장 진출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당분간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 점유율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