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본시장 규제 체계를 원칙 중심의 시장 자율 체계로 전환한다. 그간 자본시장에서 제기됐던 규제 완화 요구를 전폭 수용해 자본시장 규제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공·사모 구분을 전면 재편하고, 증권사 내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스월)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한 신기술금융업 겸영 기준도 손질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1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연내 발표할 '자본시장 개혁과제'에 대한 방향성을 이처럼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연초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더해 연내 자본시장 개혁과제를 발표한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직접자금 조달 유입 규모를 대폭 확대해 정부 핵심 과제인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우선 비상장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최 위원장은 “전문투자자와 비상장기업 중심의 사적 자본시장을 전통 자본시장 수준으로 활성화하겠다”며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증권사가 보다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4가지 전략을 마련해 비상장 상태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증권사 자금조달 규제를 정비해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문투자자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의 자금조달 한도를 늘리고 현행 공·사모 구분이 적절한지 여부도 재검토한다. 자금조달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전문투자자만으로 구성될 경우 공개 자금을 모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통한 동산금융 활성화도 추진한다. 지적재산권(IP) 등을 보유한 기업이 신용평가를 받지 않아도 유동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자본시장 규제 체제도 전면 재검토한다. 사전규제 중심의 현행 규제 체제를 사후규제로 강화하는 동시에 법에서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도록 한 포지티브 규제에서 내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다. 특히 차이니스월과 관련해서도 최소 원칙만 정한 이후에는 개별 회사가 상황에 맞게 구체적 장치를 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율성을 강화하되 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 기준도 높이기로 했다.
최 위원장의 이런 방침은 그간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각종 규제 완화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직접금융시장을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시장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혁신기업이 비상장상태에서도 자본시장을 통해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