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발행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제프 톨레손 교수 연구팀은 잠재적으로 바닷속 생태계를 파멸로 몰고 갈 '해양 열파'가 나타나는 빈도가 3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으며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열차는 떠난듯합니다. 당장 오늘부터 파리 기후 조약을 충실히 이행해 인류가 지구 온난화 현상에 의한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제어한다고 하더라도 해양 열파는 전 바다로 퍼져 나갈 것으로 보여집니다.
바닷 속 온도가 높아지는 해양 열파 현상이 일어나면 해초 숲과 산호초,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많은 물고기와 해양 동물이 큰 타격을 입습니다.
연구팀은 해수면 온도가 해당 지역의 기온과 비교해서 99% 근접할 경우 해양 열파가 일어난 것으로 보았습니다. 바닷속에서는 공기보다 열이 천천히 전달되기 때문에 한번 해양 열파가 발생하면 그 여파는 며칠에 걸쳐 지속됩니다.
20세기 초부터 이미 크게 주목받았던 육지 위의 온난화 현상과 비교해서 바닷속 해양 열파에 대한 관심은 최근까지도 거의 없는 수준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한 무관심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2011년 오스트리아 연안에서 10주간 지속한 해양 열파는 해양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했으며 그곳에 살던 열대어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경우는 사태가 더 심각합니다. 무려 6도나 오른 해수면 온도가 일 년이 넘게 지속됐으며 물고기, 바다사자, 고래, 바닷새의 떼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산호초는 해양 열파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75%의 산호초가 해양 열파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지금까지는 산호초의 강인한 생명력이 해양 열파의 위협으로부터 가까스로 자신을 지켜 왔지만, 해양 열파가 나타나는 빈도가 늘어난다면 자기 수복 능력도 그 빛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바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열의 90%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이러한 열량 수용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바닷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온실가스 물질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대기 속으로 뛰쳐나오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양 열파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동현기자 d-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