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교육청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글과컴퓨터 등 특정기업 소프트웨어(SW) 독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광역시교육청과 충청남도교육청 등은 올해 SW 사용권 사업 규격서에 MS·한컴 오피스만 갖는 내용을 명시했다. 시·도교육청은 기관과 학교, 공립유치원 등에서 활용하는 오피스 SW 사용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계약한다.
대전교육청은 오피스 SW 규격으로 특성화고 등 13개교 교육용 MS오피스와 한컴 한글을 별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요청했다. 특수조건으로 계약 후 10일 내 한컴과 MS 교육기관용 라이선스 공급이 가능한 제조사 공급증명원을 제출해야 한다고 특정했다. 사실상 한컴과 MS 오피스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충남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규격서에 교육과정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특성화고(37교)와 충남도내 방과후 학교(약 370교) 컴퓨터실에는 교육용 한글과 MS오피스 별도 제공을 명시했다. 이 역시 폴라리스워드나 한셀을 취급하는 오피스 유통사가 지원할 수 없는 걸림돌이다. 대전교육청 사업에 폴라리스워드와 MS오피스로 입찰을 준비 중이던 A사는 교육용 SW로 한글을 납품받을 수 있을지 한컴에 확인했지만 거절당했다.
A사 관계자는 “교육용 규격을 맞추기 위해 한컴 측에 공급증명원 발급 여부를 문의했지만, 공인파트너 외 발급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한컴·MS오피스 공급사가 아니면 입찰조차 할 수 없는 불공정한 규격”이라고 주장했다. A사는 교육청에 이의제기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만 받았고 결국 입찰을 포기했다. A사는 조항은 문제없더라도 불공정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감사원이 2015년 실시한 지방교육청 재정운영 실태 점검 후속조치에도 위배된다. 감사원은 교육청에서 불필요한 라이선스를 구매하지 말 것과 경쟁 가능한 SW는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을 통해 계약할 것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직후 교육부는 기존 한컴 아래한글과 MS 엑셀 외 인프라웨어 폴라리스워드와 한컴 한셀을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교육청이 규격서를 통해 입찰 자격을 간접적으로 제한하면서 불공정경쟁은 지속되고 있다.
SW업계 관계자는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활용 등 자격증시험 교육을 위해 아래한글과 엑셀이 필수는 맞다”면서도 “학교나 교육청에서 사용하는 오피스 SW 사용권과 따로 발주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이 기존 관행이나 일선 학교 수요를 핑계로 특정 SW에 유리한 규격서를 만들고, 교육부나 조달청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결국 시장 플레이어 일부만 입찰에 참여했다. 올해 대전교육청과 충남교육청 입찰 참여는 2~3개사로 저조했고, 95%를 넘어선 높은 투찰율(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경쟁이 무색한 결과다. 이외에도 몇몇 시도교육청은 구매 규격서에 'MS OVS-ES'나 '한글SLA'와 같은 특정 규격을 명시해 납품을 제한하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 사전규격을 공고한 충청북도교육청은 대전·충남교육청과 마찬가지로 '방과후 및 기타수업을 운영하는 학교·기관(약 179교)에는 교육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오피스 SW를 별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약 규격을 정했다. 오피스업계 관계자는 “시정되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면서 “공정경쟁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