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를 둘러싼 판매 악화 우려가 현실화됐다. 최근 화재 사태가 결함 은폐 의혹까지 확대되면서 지난달 판매량이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차량 데이터 조사기관 카이즈유연구소가 잠정 집계한 8월 수입차 등록 대수에 따르면 BMW는 지난달 2400여대를 판매했다. 전달보다 40%가량 줄어든 수치이자 올해 들어 가장 저조한 월간 실적이다.
업계는 BMW 판매를 견인하던 520d를 포함해 주력 차종 5시리즈가 소비자 사이에서 불타는 자동차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신차 판매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사태가 결함 은폐 의혹까지 커지면서 BMW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는 화재 사태가 신차 판매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가장 큰 원인은 물량 부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달부터 정부가 시행한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라 일부 디젤 모델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판매가 줄었다”면서 “3시리즈 경우 내년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세대 교체를 앞두고 생산이 감소하는 등 국내에 판매할 차량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판매 실적 전망도 어둡다. 신차 출시 계획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선보일 예정이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X2는 한 달간 판매를 미루다 이달 말 출시하기로 했다. 언론과 고객 대상 신차발표회도 모두 취소했다.
연내 출시하려던 나머지 신차 출시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BMW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 SUV 제품군 X시리즈 세대 교체를 추진했다. 뉴 X2는 물론 뉴 X4, 뉴 X5까지 신형 SUV 3종을 포함해 5종 이상의 신차 출시를 준비해왔다.
BMW 판매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차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디젤게이트 여파를 벗어난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신차를 속속 내놓으면서 판매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어서다. 8월 한 달간 아우디는 전달 대비 40% 증가한 2000여대, 폭스바겐은 10% 늘어난 1800여대를 판매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뉴 X2 등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신차 출시일은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판매보다는 브랜드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