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첨예한 이해상충을 풀어야한다. 북미는 서로 선제 조치를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어떻게 견인할지가 회담 성공 관건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특사단 방북 결과 브리핑을 통해 핵심 의제로 △판문점선언 이행 성과의 점검 및 향후 추진방향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 등을 밝혔다. 정부는 세 번째로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질적 북 비핵화 조치가 관건
우리 정부가 3차 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난제는 만만치 않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된 이후 북미 대화는 진전이 없다.
평양 정상회담은 불과 10여일 남았다. 짧은 기간 동안 북한 비핵화 실천방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카드도 떨어진다. 북미 협상 전망도 어두워진다.
정 실장은 이를 의식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여러 차례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갱도 3분의 2가 완전히 붕락해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은 북한의 유일한 실험이기 때문에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4·27 판문점선언, 6·12 북미정상회담 후속으로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실천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선제조치를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대로 인지해 주지 않고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데 섭섭함도 표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를 '선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자신의 비핵화 결정에 대한 판단이 옳았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측으로부터 '상응 조치'가 이뤄진다면 추가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는 의지도 열어뒀다. 이 부분이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평양 회담 계기로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동시에 북미 대화 재개 연결고리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이번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핵시설리스트 등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카드에 대한 언급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께서 평양에 방문하시게 되면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 간의 협력,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더욱 심도있는 논의가 있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9·20 평양선언문' 어느 수준까지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문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18일 평양에 도착한다면 이튿날인 19일 정상회담이 유력하다. 통상 북한에서 열린 회담에선 공동선언문이 다음날 발표됐다. '9·20 평양선언문(가칭)'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선언문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어떻게 담기는지에 따라 정상회담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곧 한반도 비핵화 운명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회담 직후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기조연설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예정됐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북한 '선조치'에 대한 선의의 뜻을 재차 알리고,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까지 전달하기를 희망한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한미 정상 전화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수석 협상가(Chief Negotiator)'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 메시지를 정의용 실장이 북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선조치' 요구를 재강조한 것은 불안 요인이기도 하다. 사실상 비핵화 선결조건으로 '선 종전선언'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와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요구가 충돌할 가능성이 짙다.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를 뒤로 감추고 종전전선을 선 요구하는 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북미가 서로 선제 조치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간에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가장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