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풀리지 않는 규제에 스타트업이 뿔났다. 직접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민간 주도로 규제 개선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안건준)가 칼을 빼 들었다. 내년을 '스타트업 살리기' 기간으로 정했다.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발굴, 개선하는 '스타트업 규제 뽀개기' 사업을 추진한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벤처스타트업위원회가 지휘봉을 잡았다. 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했다. 현재 22개 기관·기업이 활동 중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인터파크,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이놈들연구소 등이 포함됐다.
규제 개선 플랫폼을 구축한다. 다양한 사례를 수집, 법률 자문을 통한 개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이 주요 과제를 직접 챙긴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출현하는 신산업 영역과 쌓여가는 관련 규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새삼 느낀다”며 “앞으로 1년을 혁신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의장 김봉진)도 힘을 보탠다. 코스포에는 스타트업 500여곳이 속해 있다. 올해 중 회원사 1000곳을 돌파할 목표다. 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대정부 규제 개선 활동에 나섰다. 김봉진 코스포 의장은 기획재정부 혁신성장 옴부즈맨으로 발탁되며 영향력을 키웠다.
변호사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선봉에 섰다. 최근 스타트업 법률지원단을 꾸렸다. 지난 5월 기준 청년변호사 80여명이 참가했다.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스타트업이 대한변협 내 전문 분야로 추가된다. 지금은 이혼, IT, 건설, 부동산 등 50여개로 구성됐다. 올해 중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 다수를 배출한다.
규제 개선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대한변협은 지난해 스타트업 규제혁신특별위원회를 세웠다. 산업 현장을 누비며 불필요한 규제를 찾아 해결할 방침이다.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6년 8년 동안 신설·강화된 규제는 9715건에 달한다. 반면에 줄어든 규제는 837건에 불과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이하 혁단협)가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한다. 혁단협은 지난해 11월 '혁신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160개 세부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열 달이 지난 현재 24개 과제가 풀렸다. 66개는 부분적 제도 개선을 이뤘다.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규제를 없애달라고 꾸준히 요구한 결과다. 5대 선결 과제는 △클라우드와 데이터 규제 혁파 △법·제도 체계 혁신 △민간 중심의 정부 정책 혁신 △기업가정신 고양과 확산 △정부 연구개발 패러다임 개혁이다.
혁단협은 지난해 9월 설립된 민간 주도 벤처·스타트업 단체 연합 조직이다.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여성벤처협회 등 13곳이 모여 있다. 올해 중 20곳으로 외연을 확장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