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부동산으로 번 돈은 부동산으로 가지, 혁신 창업으로 가지 않는다”며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대기업 위주, 제조업 위주, 수출입 위주인 전통적 패러다임이 바뀌어야한다”며 “국내 경제에서 가장 흔한 것이 부동산인데 그 돈이 혁신창업으로는 흘러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은 벤처에서 이익을 본 사람이 많아 혁신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됐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벤처, 스타트업이 수익 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중소기업 스마트 공장화, 일반 기업에의 인공지능(AI) 기술 접목 등 그런 부분을 산업은행이 도와야한다”며 “오픈 이노베이션 펀드를 추진하고 있는데 전통 제조업이 혁신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500억원 규모 오픈 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올해 6월에도 'KDB-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 추가 조성을 위해 한국무엽혁회(KITA)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산업은행 본질적인 업무로 전통산업 재정비와 신산업 육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얼마 전 성장지원펀드 1차분 운영사 선정했으며, 내년 2차분, 내후년 3차분까지 합쳐 총 8조원을 공급한다”며 “KDB넥스트라운드를 통해 전도유망 업체 200개 이상에 출자를 연결했으며, 내후년까지도 유망 중견·중소기업에 단계별 맞춤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의료·바이오 관련 신기술 업체 발굴에도 주목했다. 산업은행은 고대병원, 카톨릭병원 등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의료 산업 신기술을 추천받고 있다.
조선업 등 제조업 위기 원인을 “패스트팔로워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으며, 조만간 따라잡힐 수 있다는 절박함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전통 산업 재정비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정부가 그간 많은 부실 대기업을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은 게 산업은행 책임으로 돌려졌다”며 “정부 지원을 안 받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만 해도 천문학적 액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경협에서는 수출입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협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남북경협 문제에서 수출입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경쟁 구도를 붙이는데, 실제로는 은성수 행장과도 '같이 해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남북경협 문제는 크고 넓고도 위험하기 때문에 한두 개 금융 기관이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