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원래 군사용 무인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민간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장애인을 돕고 직업을 제공하거나 격오지 의료소외를 해소하는 따뜻한 기술로 확대되고 있다.
로봇이 보행 시 육체 활동을 보조한다면 드론은 장애인 눈이 될 수 있다.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빠른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불필요한 충돌 요소를 줄여준다. 기존에 시각장애인 보행을 보조하던 안내견은 양성까지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하기도 어려운 반면에 드론은 휴대가 간편하고 수요에 맞춰 바로바로 생산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정연모 경희대학교 교수는 드론으로 장애물이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부상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드론 특허를 출원했다. 시각장애인 보행을 돕는 특허는 드론으로 경로를 파악, 전후방 장애물을 경고한다. 이용자가 사용하는 지팡이에 스피커를 내장,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진동으로 방향도 알려준다.
드론이 장애인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드론 조종은 육체 부담이 적다. 지체 장애 경우에도 공간 제약 없이 드론으로 산업현장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장애인부모회 대구지회에서는 드론지도사 3급 특별양성교육을 실시했다. 올해 4월에는 KT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드론 교육과 실습을 제공했다. 진안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인 드론축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장애인 직업교육으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드론은 장애인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산간·도서 등 격오지에 의료물품, 혈액 등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2016년 도서지역 등 의료인프라가 빈약한 지역에 의약품, 혈액 등 긴급 운반 품목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미국 스타트업 지플라인도 2016년 드론 배송으로 아프리카 르완다 병원에 부족한 물자를 공급했다. 의료진에 메시지를 보내면 15대 드론을 띄워 하루 150번까지 혈액과 긴급 의약품을 현지 21개 병원에 배달했다. 회사는 기존 수개월이 걸리는 배송시간을 몇 시간으로 단축시키고 비용도 오토바이 배달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의료물품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도서·산간 지역으로 드론 택배가 시범 운용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도서지역에 이어 지난달 산간지역에 드론으로 택배물을 보내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읍 영월우체국에서 2㎞ 떨어진 별마로천문대까지 드론을 이용해 5kg 택배물을 이송하는데 성공했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장은 “드론은 군사기술에서 출발했지만 장애인을 돕고, 재난 구호, 소외지역 격차를 줄이는 인간적인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