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꼬일 대로 꼬였다. 일자리에 달라붙는 수식어만 괴물처럼 진화하고 있다. 고용 '악화'로 시작해서 '한파' '대란' '쇼크' '참사'를 거쳐 천재지변과 같은 고용 '재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주는 고용 재앙 완결판이었다. 8월 고용통계 때문이다. 취업자 수가 1년 전과 비교해 불과 3000명 늘었다. 참담한 숫자다. 2001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일자리 정부라는 간판을 당장 내려도 시원치 않다.
앞으로 좋아질까. 청와대는 일시적인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 나아진다고 확신했다. 실제 약속한 일자리 숫자만 보면 볕들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온 개수만 계산해도 완전 고용이다. 먼저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다. 20만개 일자리를 장담한 일자리위원회는 30만개를 추가해 연내에 50만개를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민간도 호흡을 함께했다. 정부 출범과 맞물려 주요 그룹은 일제히 투자와 고용 계획을 쏟아냈다. '정권 눈치 보기'라도 관계없다. 10대 그룹이 약속한 일자리는 26만5000명이다. 정부 50만개, 10대그룹 26만개 일자리니 76만개가 확보됐다.
10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도 따져 봐야 한다. 정확한 수치 제시는 어렵지만 예상은 가능하다. 경제 성장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근거다. GDP에서 차지하는 10대 그룹 매출 비중은 약 45% 수준이다. 10대 그룹이 26만명을 약속했으니 나머지 55%에서 대략 3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룹은 정부 입맛에 맞춰 일자리 수를 공격적으로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감안해도 나머지 기업에서 25만개 이상은 거뜬하다. 76만개에 다시 민간 25만개 일자리, 단순 계산해도 100만개다. 지난 1년 동안 월 평균 실업자는 105만명이었다. 결국 완전고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정말 그럴까. 미덥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숫자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부터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했다. 지난해와 올해 일자리예산으로 추가 경정까지 53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54조원을 쏟아 부으면서 만든 일자리가 고작 3000명이었다. 그만큼 일자리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인위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다. 정부든 민간이든 마찬가지다. 일자리 약속은 중요하지만 숫자는 살얼음판이나 마찬가지다.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다. 호언이 허언으로 될 공산이 크다.
돈과 사람을 포함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일자리는 난공불락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해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기본과 원칙에서 바라보는 게 최선이다. 원칙에서 벗어난 편법이 난무하니 복잡해지고 꼬이는 법이다. 일자리는 결국 일거리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가 기업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 성장하면 당연히 고용이 늘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삼척동자도 아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기본 원칙이다.
결국 해법은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역동적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이 먼저다. 기업가 정신을 부추기고 자부심을 심어 줘야 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현장에서 “기업하기 싫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팔고 싶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토로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입버릇처럼 “기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힘들다'와 '싫다'는 작지만 엄청난 차이다. 힘들다는 외부 환경 때문이지만 싫다는 의욕이 꺾였다는 얘기다. 기업하기 싫은 나라에서 결코 일자리가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일자리를 만들고 싶으면 기업을 춤추게 해야 한다. 앞에 일자리를 위한 해답은 바로 뒤에 있는 기업이고 성장이다. 언제까지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쳐다볼 것인가. 답답할 따름이다.
전자/산업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