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 전기차 충전서비스 업체가 정부를 사칭한 것을 알고도 자사 외주영업망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충전기 보조금 시장이 과열되면서 외주영업(브로커)에 지나치게 의존한 게 주원인이다. 이들 사업자 모두가 올해 정부 물량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사업 기회를 잃은 다른 사업자들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정부를 사칭해 공용충전기 부지(상면) 확보하는 등 충전서비스 사업자 3곳의 외주 영업망 관리실태를 적발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고 17일 밝혔다.
외주영업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일부 업체 외주영업망이 환경부를 사칭했다는 다수 정황과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이들 사업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이 같은 불법 행위가 계속되면서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올해 초 경찰과 국회 등으로부터 일부 증거물(홍보물, 명함)이 포함된 민원이 환경부 등에 제기됐다. 이에 환경부가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걸쳐 이들 업체에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최근까지도 이 같은 불법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브로커 영업은 불법도, 권유 사항도 아니지만, 국회를 포함해 사정기관 등에서 민원이 제기되면서 해당 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사칭 등 불법 영업에 대해 중단할 것을 경고해왔다”며 “이들의 영업 실태를 파악한 후 결과에 따라 이번 만큼은 향후 사업 제한 등 불이익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브로커 집단은 전국의 대규모 충전기 상면 물량을 먼저 확보한 뒤, 이들 충전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 경쟁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충전기 당 수수료는 10~20만원 수준으로, 브로커들이 이미 수천대의 충전기 부지를 확보한뒤 수수료를 많이 주는 업체에게 이 물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며 “이들이 영업활동에 활용한 명함이나 제안서 등을 보면 정부를 사칭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공용) 보조금 예산은 이달 초 조기 마감됐다. 정부의 충전기 사업이 진행된 후 3분기 내 보조금 예산이 마감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과도한 불법 영업이 주원인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이들 3사는 올해 배정된 정부 충전기 물량 약 1만3000기 중에 절반 넘게 확보하며 보조금 경쟁에서 각각 1·2·3위 차지했다.
정부는 충전기 및 설치·공사 지원금으로 충전기 당 400만원 보조금을 지원한다. 정부 예산이 다 소진되면서 정상적으로 영업해온 경쟁사들 불만은 커지고 있다.
충전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국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서비스를 창출하라고 업체를 선정했지만 불법 영업으로 국가 보조금만 축내고 있다”며 “경쟁이 과열되면서 충전부지 물량을 사전에 확보해 놓은 브로커가 '갑'이 됐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