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아케이드게임 육성에 나섰다. 2010년 기점으로 규제를 단계적 완화한다. 산업 진흥책도 병행한다. 국가개발 5개년, 10개년 계획에 아케이드게임 발전 전략을 담았다.
정부 의지에 힘입어 중국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매년 30%씩 성장한다. 일자리, 수출, 복지를 증진하는 효자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1000만명 이상이 아케이드게임 생태계에서 활동한다. 게임 개발사가 벌어들이는 한해 매출도 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오락실 수입까지 더하면 수십조원이 아케이드 게임으로 발생한다.
◇2010년 대전환기 지나 초고속 성장
중국 아케이드게임 산업에서 2010년은 의미가 남다르다. 규제 일변도 정책에 변화가 일어난 시점이다. 아케이드게임을 도박으로 바라보는 부정 인식이 누그러졌다.
중국 정부는 아케이드게임 산업 관리를 문화부에 맡겼다. 국민 문화생활 증진에 아케이드게임이 기여한다고 본다. 같은 해 게임 심의 기관도 세웠다. 도박과 같은 사행성 게임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심사 절차는 까다롭지 않다. 사행성이 없다고 결정되면 허가가 쉽게 떨어진다.
물꼬가 트이자 중국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1만개가 넘는 개발사가 문을 열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업체도 등장했다. 유니스(UNIS), 와랩(WARAP)이 대표적이다.
중국 중산에 본사를 둔 유니스는 직원 수가 700여명에 이른다. 8만평 규모 게임기 생산 공장을 운영한다. 주력 분야는 레이싱 게임이다. 매출 절반이 해외에서 일어난다. 90여개 나라를 상대로 거래한다. 일본, 미국 비중이 높다. 한국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케이드게임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유니스 관계자는 “대학생 문화체험 기업으로 지정됐다”면서 “수출, 교육 게임을 만들 때마다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와랩은 중국 1위 아케이드게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66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40%를 수출로 벌어들였다. 와랩 관계자는 “협력업체 포함 직원 30만명이 일한다”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보니 정부가 제품 허가 시 편의를 봐준다”고 전했다.
성장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 중국 정부는 가상현실(VR)과 아케이드게임 산업 간 장벽을 무너뜨린다. 동반 육성책을 쓰면서 시너지를 낼 방침이다. 융합 아이템 기반 건강·교육 주제 게임을 개발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외 전시회에 나갈 때는 부스 사용료, 참가비에 더해 장려금을 준다.
◇일자리 1000만개…아케이드 '종합 예술품'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종합 예술품으로 불린다. 국민 문화생활에 직결돼 있을 뿐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발사 한곳이 설립되면 다양한 산업군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게임기 제작사가 이득을 본다. 부품 생산 공장에도 일감이 몰린다. 철물, 목제, 아크릴, 유리 분야 업체가 관련 산업으로 묶여 있다. 부품별 애프터서비스(AS) 회사도 바빠진다.
오락실에도 여파를 끼친다.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오락실 전용 의자 제작사도 성장 기회를 잡는다. 게임 비용 지불 수단으로 쓰이는 쿠폰, 코인 산업 역시 청신호가 켜진다. 중국이 아케이드 산업 육성 정책을 쓴지 8년도 안 돼 일자리 1000만개를 창출한 이유다.
고급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아케이드게임 개발사 1만개가 설립됐다. 온라인·모바일 기반 게임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적은 수치지만 빠른 속도로 추격한다.
아케이드게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가족 단위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만 회사 게임 타임 인터네셔널(GTI)에 따르면 중국 아케이드게임 전체 유저 중 절반이 2~12세다. 교육과 건강을 아이템으로 삼은 게임이 증가한 결과다. 이어 13~24세가 15%, 25~35세가 25%를 차지했다. 성별 비중은 남성이 60%, 여성이 40%다. 여성 비율이 계속 높아진다.
오락실은 매달 3000곳씩 세워진다. 게임 프로그램 한 개가 개발되면 보통 게임기기 5만대에 실려 일반에 선보인다. 인기 게임은 50만대에 탑재된다. 기기 한 대당 평균 가격은 250~300만원이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중국, 대만 업체들이 한국에 찾아와 기술과 아이디어를 배웠다”면서 “지금은 우리가 따라가기 힘들 만큼 역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불법 시장은 엄벌하고 합법 시장은 열어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중국 아케이드게임 현황
자료=게임 타임 인터네셔널(GTI) 및 업계 취합.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