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R&D 지원 사업 심사위원 쏠림 현상 논란…평가위원 심사비 연간 2000만원 육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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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을 심사하는 평가위원 구성에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특정 위원은 64회 참가해 총 1920만원을 심사비로 챙겼다. 심사횟수 제한과 특정 위원에 의한 동일한 기업 선정에 대한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하 기정원)을 통해 지난해 1조1910억원 상당 중소기업 R&D 지원 예산을 사용했다. 기정원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모집, 평가위원단을 조직했다. 4619명 규모다. 이들은 총 1만5551회 심사를 나눠 맡았다.

전체 위원 중 20%가 평가에 참여했다. 887명(19.62%)이 5회 이상 심사에 참여했다. 평가 과제 61.42%에 해당하는 9522건을 처리했다. 20회 이상 심사에 나선 위원도 104명에 달했다. 기업체 소속이 5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학교 44명, 연구소 4명 순서다. 위원 선발 과정 역시 기업, 대학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 한 사람이 무려 64회 심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최다 참가 기록이다. 평가 수당으로 1920만원을 수령했다. 50회 이상 참여한 위원은 3명이다. 1000만원 이상 수당을 챙긴 위원은 1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위원 10명 중 8명 가까이는 5회 미만 이름을 올렸다. 3632명(78.63%)이 과제 5999건(25.92%)을 책임졌다. 평가 횟수가 10회 이상 20회 미만인 위원은 221명으로 2823건을 수행했다. 나머지 562명은 5회 이상 10회 미만 심사에 참가, 3613건을 담당했다.

이 같은 쏠림 현상 때문에 심사제도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위원 직함이 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법적 보완책은 빈약하다. 대통령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만 기준이 촘촘하지 못하다. 위원 한 사람이 같은 기업을 여러 차례 평가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특정 기업과 친분 있는 위원을 가려내 배제하기도 어렵다.

기정원 관계자는 “공정한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뚜렷한 이유는 없다”며 “다만 평가위원장을 사전에 지정하는 제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정원은 '평가위원 자동 추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성을 기준으로 과제와 유사성 높은 분야 위원을 5배수 뽑는다. 이 중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라인업을 짠다. 그러나 평가위원장은 예외다. 위원장은 기정원 과제별 분과장을 맡고 있다. 현재 4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기업들이 위원을 역으로 평가, 위원장을 추천한다. 일반 위원들과 달리 과제 적합성 여부만 따져 심사에 참가할 수 있다.

김규환 의원은 “소수 위원에게 과제가 집중되면 중소기업 R&D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오해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참여 횟수 상한제와 같은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표]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R&D 평가위원 참여현황

(자료=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

중기 R&D 지원 사업 심사위원 쏠림 현상 논란…평가위원 심사비 연간 2000만원 육박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