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항에서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깜짝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같은 차에 올라 평양 시내를 동승 통과했다. 평양 정상회담 첫 날 하이라이트였다.
두 정상은 평양 국제비행장을 출발할 때 각기 다른 차량에 탑승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탄 차량이 먼저 출발했다. 김 위원장 내외는 문 대통령 차량 뒤에 있던 다른 승용차를 이용해 출발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탄 차량은 연도 환영 행렬을 따라 움직이다 버드나무거리 3대혁명전시관 주변에서 멈춰 섰다.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커다란 꽃다발을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에게 건넸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이를 받았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꽃다발을 넘겨받았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뒷좌석이 개방된 벤츠 차량에 올랐다. 두 정상은 나란히 서서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문 대통령이 상석인 오른쪽 뒷좌석에 위치했다. 군집한 평양시민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며 “조국통일”을 연신 외쳤다. 두 정상은 인파를 향해 오른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용흥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려명거리까지 평양 시민들에게 손 흔들며 이동했다. 카퍼레이드 선두에는 의전 오토바이 20여 대가 두 정상을 태운 차량을 비호했다.
두 정상은 평양 시민에게 손을 흔들다가도 시내에서 주요 명소들이 보이면 명소를 가리키며 대화를 나눴다.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카퍼레이드는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다만 전례에 비춰 어느 정도 예상은 됐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한 김정일 위원장은 공항 영접 후 차량 한 대에 함께 타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지만 카퍼레이드는 하지 않았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한 방북 당시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함께 탑승한 이는 김영남 당시 상임위원장이었다. 당시 인민문화궁전에서 만수대의사당, 개선문을 거쳐 6㎞ 구간에서 카퍼레이드가 이뤄졌다.
이로써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카퍼레이드는 양국 정상이 한 차에서 함께한 최초 카퍼레이드로 기록됐다.
환영 행렬은 려명거리를 지나 금수산태양궁전, 백화원영빈관으로 이어졌다. 이동하는 내내 평양 주민은 색색의 풍성한 꽃다발과 꽃술,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흔들었다. 두 정상은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한 지 57분 만인 11시 17분쯤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할 때에도 벤츠 오픈카 뒷좌석에 함께 타고 있었다. 카퍼레이드 때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이 상석에 앉아있었다.
뒤이어 들어온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도 같은 차를 타고 백화원영빈관에 들어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