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이산가족 상시 상봉을 위한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에 금강산에 열기로 합의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도 해결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이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했다”며 “적십자 회담으로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를 위해 현재 금강산 면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한다. 이산가족 면회소는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에 위치해 있다. 남북이 처음 이산가족 면회소 건립 합의한 건 2002년 적십자 회담 때였다. 원활한 상봉을 위해 이산가족 면회소를 건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2005년 착공해 2008년 완공했다. 남북협력기금에서 대한적십자사에 공사비 550억원을 지원해 건립했다.
면회소는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로 총넓이는 1만9835㎡다. 전망대, 대연회장, 소연회장과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 206개를 갖췄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단 5차례(17차~21차)만 이산가족 만남 장소로 사용됐다. 간헐적으로 열려온 상봉행사 이외에 상시 이용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연회장만 단체상봉과 환영 만찬 장소로 사용됐다. 객실 등은 활용되지 않았다. 지난 21차 상봉행사를 앞두고는 방치된 면회소를 일부 보수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은 이날 이산가족 면회소를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라고 불렀다. 이산가족의 오랜 염원이었던 상봉 정례화를 위한 의지 반영으로 풀이된다. 상설면회소는 정례화에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은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적은 인원만 상봉하는 현재 간헐적 이산가족 상봉 방식으로는 전국에 산재한 이산가족 요구를 다 받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금강산을 찾은 남측 가족은 1차 때 상봉 선정자 89명과 동반가족 등 197명, 2차 때 북측 가족 초청으로 방문한 326명뿐이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그동안 상봉을 신청한 남측 이산가족만 13만2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7만5000여명은 세상을 떠났다. 현재 42%(5만6707명)가량만 생존해 있다.
또 이산가족 고령화로 인해 80대 이상이 3만5441명(62%)에 달한다. 90세 이상도 21%를 차지한다. 매년 4000여명에 가까운 이산가족이 사망하고 있다. 남북으로 갈린 이산가족은 시간과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셈이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상봉행사는 총 21차례 개최됐다. 하지만 이산가족 고령화로 마냥 상봉행사만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우선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이라도 개시되면 실질적 도움을 줄 전망이다.
통일부는 이산가족 전원을 대상으로 지난달까지 남북 이산가족 전면 생사확인과 고향 방문 및 영상편지 제작에 참여할지를 묻는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지난달 25일 이산가족 단체상봉이 끝난 뒤 올해 이산가족 상봉을 10월 말쯤 한 번 더 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으로 실무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정상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해소 방안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에도 상봉 확대와 영상편지 교환사업, 금강산면회소 완공과 쌍방 대표 상주, 상시 상봉 진행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이번 선언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