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측 정당 대표단이 지난 18일 북한 최고인민회 지도자 면담에 불참한 것이 '참석자가 맞지 않았다'는 것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화 대상의 '급'과 '격'을 따진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9일 오전 10시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남북 정치(당) 지도자간의 만남은 분단 이후 처음이지만 당초 예정된 전날에는 남측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면담의 '호스트'가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라는 이유로 알려졌다. 19일 만남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바뀌었다.
정당 대표단은 이날 회담 전 전날 회동 불발에 대해 해명했다. 이해찬 대표 등은 전날 오후 3시 30분 안 부의장 등을 면담하기로 돼 있었으나 해당 장소에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일정 차질' '정당대표간 간담회'라는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했다.
일각에서는 '급'이 낮은 북측 인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초 정당 대표단은 이날 회담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아닌, 안동춘 부의장을 비롯해 리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림용철 조국통일위원회 민주주의전선 중앙위 서기국 부국장 등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이해찬 대표는 “정상회담 배석자 숫자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들이 이쪽에 합류를 했다”면서 “그래서 당 대표 3명과 장관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 우리 쪽이 불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일정 차질' 등을 이유로 불발됐던 회담에서 정당 대표단은 이날 면담에서 연내 남북의회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1운동 100주년인 내년에 공동행사를 개최하자는 의견도 피력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학수고대 보람이라는게 바로 오늘 같은 광경을 두고 쓰던 의사 표시”라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더 뜨겁게 합심해서 통일 위업 성취에 매진해 나갑시다”라고 했다.
정동영 대표는 10년전 만남을 회상하며 “변함이 없으시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이해찬, 정동영 대표에게 '마찬가지'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우리 통일 위업을 성취할 때까지는 영원한 이 모습대로 활기있게 싸워 나가자. 졸장부가 되지 말고 대장부가 되자. 민족의 대의는 통일 위업”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후 정당 대표단과 최고인민회의 지도자간의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오전 10시40분까지 진행됐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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