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들은 '9월 평양공동선언'이 남북 정상 간 신뢰관계를 재확인하고, 막혀 있던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남북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전 세계에 알린 것도 특별한 성과라는 평가다.
변학문 겨레하나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원은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이로 인해 남북 간의 판문점 선언 이행도 지지부진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남북 정상이 협력해 만들어낸 선언”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교전 당사자이자 실질적 대립 당사자 간에 사실상 '전쟁 종식 선언'을 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면서 “교전 당사자가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에 평화의 일상화를 추구한다는 선언은 평화 체제 구축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합의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비핵화'를 남북 간 선언에 담았다는 것도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론'에 힘이 실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에 따라'라는 문구가 들어감으로써 비핵화가 여전히 북미 간 핵심 쟁점임을 명확히 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 남북 교류·협력 증대라는 이번 평양정상회담 주요 의제와 그 성과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대북 제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군사 부문은 물론 남북 교류에 있어서도 '조건에 따라' '협의' 등 그 표현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북 제재 완화 여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
군사적 긴장 완화 부문에선 군 통수권자 앞에서 이뤄진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 서명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장창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외래교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국방장관과 인민무력상이 서명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남북 군사적 충돌 방지 합의를 양측 군 통수권자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까지 확인한 회담”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의 남북 군사 합의 중에서 가장 세세하게 적대행위 중단을 합의했다면서 '정치적, 군사적 불가침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유완영 세한대 특임부총장은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은 미국의 공식화는 받지 못했지만, 남북이 선제적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하나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정책국장은 “남북 교류협력도 대북 제재 등의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을 '올해 안'에 한다고 명시하는 등 남북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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