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북미 다시 마주 앉게 한 '文'...비핵화 협상은 여전히 첩첩산중

[평양정상회담]북미 다시 마주 앉게 한 '文'...비핵화 협상은 여전히 첩첩산중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대화 계기가 살아났다. 남북은 사실상 불가침 조약에 준하는 군사협정을 체결, 비핵화 협상 기반을 마련했다.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연이어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유엔총회,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구체화될지가 관심사다. 북미 간 수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회담 성과는 '북미 대화 재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선언문에 합의하자 미국 정부는 이를 비핵화 조치 진전으로 받아들이고 곧바로 북한과의 대화 준비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비핵화로 향할 수 있는 진전된 조치를 내놓은 것이 방아쇠로 작용했다.

평양 회담에서 미국이 당초 요구한 핵시설 신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해외 반출 등 비핵화 관련 요구에 대한 명시적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유관국 참관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영구 폐쇄하고 영변 원자로를 폐기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북한이 핵 사찰에 합의했다고 표현하며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달성 시한을 2021년 1월로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이 우리 대북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안에 비핵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따른 시간표다.

6자회담 수석 대표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측 대표단과 가능한 빨리 만나자고 요청했다. 빈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 본부 소재지다. 북한 핵 검증을 염두에 두고 북미 협상 장소로 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따른다.

24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외무회담에도 관심이 쏠린다. 비핵화 논의 당사자가 북미인 만큼 남북 정상합의문에 담기지 못한 김 위원장의 숨은 메시지가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이전 북미 대화보다 진전된 비핵화 계획을 내놓는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분위기 좋지만…장밋빛 전망은 금물

전문가는 회담을 통해 북미 대회가 재개됐고 남북 관계 개선 이행 방안이 나왔다며 성과를 인정했다. 다만 미국의 실질적 비핵화 요구에 대해 북한이 구체적 답변이 내놓지 않은 점을 들어 북미 협상에서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석환 한국외대 교수는 “당분간은 평화적 협상 무드가 연출될 것”이라면서 “협상의 디테일을 놓고 기싸움이 치열한 것은 분명하지만 신뢰를 깨지 않는 다면 해법 도출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트윗과 빈에서 북한과 미국이 만난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 핵폐기 문제를 전쟁이 아니라 협상으로 풀어내겠다는 당사자 모두 의지 표명을 도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어려운 과정이 있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처럼 조성된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완영 부총장은 “남북이 확실한 신호를 줬기 때문에 북미 정세는 긍정적 방향으로 갈 것”이라면서 “미국도 이에 응답해야하는 상황으로 연내 실질적 종전협정에 준하는 조치가 이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비핵화 논의는 결국 미국의 수용 여부가 중요하다. 이번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 정도 성과를 끌어낸 것만 해도 성공적이고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 내년부터 경제 제재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변학문 겨레하나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원은 “남북이 주도해서 신뢰 증진과 평화정착의 강력한 모멘텀을 만든 만큼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 대화도 다시 활발해졌다”면서 “다른 주변국도 남북의 강력한 합의로 한반도 평화를 역행하는 행위를 하기 힘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변 연구원은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압도적 부정적 여론, 11월 중간선거 향배 등 북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장창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외래교수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 선언이 연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진다면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도 빠르게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