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코리아는 올해 3월부터 오쿠라 키쿠오 신임 대표가 이끌고 있다. 현재 소니코리아는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소니가 일찌감치 진출했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개화하면서 본격적인 실적 수확에 나서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공급하는 이미지센서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여러 기기에 이미지센서 탑재가 늘고 있고 자동차용 수요도 커져 사업이 탄탄하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과 같은 오디오 분야에서도 한국시장 소니 입지는 공고하다.
오쿠라 대표는 '지한파' 경영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소니코리아에 컨슈머프로덕트 부문 사장으로 합류했고 올해 3월에는 소니코리아 대표가 됐다. 1992년 소니에 입사한 오쿠라 대표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오사카외국어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대학시절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11년 전인 2007년에도 소니코리아에서 수년간 일했다. 도합 8년 가까운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다. 덕분에 오쿠라 대표는 통역 없이 인터뷰에 나설 만큼 정확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오쿠라 대표는 카메라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실제 그는 주말에는 카메라를 들고 출사에 나설 만큼 카메라 애호가다.
-한국법인 대표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경영성과가 가장 중요하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아큐러시(정확도)가 중요하다. '이 달에 (실적) 얼마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고 맞춰가야 한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법인은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사업별로 성과는 어떠한가.
▲품목별로 말하자면 소니코리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이미지센서다. 이미지센서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량과 같은 성장산업 주요 구성 요소로 꼽힌다.
이미지센서 걱정도 했지만 그래도 목표치를 달성했다. 여러 회사에 제품을 공급을 하고 있다. 자동차에도 카메라를 많이 볼 수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카메라 수는 더 많이 늘어났다. 자동차에 이미지센서는 꾸준히 들어갈 것이다. 소니는 향후 3년 동안 이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스마트폰 영역을 넘어 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센싱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주요 고객사는 국내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수출되는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에도 스마트폰용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또 국내 주요 자동차 회사에도 차량용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게 됐다.
-올해 카메라 성과가 좋다고 들었다.
▲카메라 부문에서는 '알파7마크3'를 비롯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가 잘 팔리고 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세계에서 잘 나가는 제품이다보니 본사에서 공급을 많이 받을 수가 없다. 또 본사 차원에서 정확도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무작정 물건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 수요가 더 크더라도 그에 걸맞게 물건을 받아올 수가 없다.
한국시장 특성을 이야기하자면 대세가 되면 (사업이) 잘 된다. 소니는 올해 5월~7월까지 계속 풀프레임 시장에서는 1등을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이 더 커진다. 최근 경쟁사에서도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일단 경쟁사가 있어야 한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다. 소니는 2013년부터 미러리스 카메라 사업을 시작해 경험을 쌓았다. 그동안 미러리스 카메라 사업에서 어려웠던 점을 미리 다 겪었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한국어를 전공한 이유가 궁금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서울올림픽 때문에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고성장 국가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이를 지켜보면서 한국말을 공부하면 앞으로 잘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다.
한국어를 전공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어가 빨리 늘지 않았던 적이 있다. 한국어 교수님이 연세 어학당에서 공부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1990년 한국으로 어학 연수를 오면서 한국 문화와 사회에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대표 취임 이후 보람이 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실적이 잘 나오는 것이 제일 좋다.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좋은 제품이 나올 때는 제대로 하고 보여줘야 한다.
소니가 첫 직장이며 27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에서 20년간 근무했다. 본사에는 7년 동안 머물렀다. 이제까지 홍콩, 미국,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했는데 지금 한국에서의 성과가 가장 좋다. 사실 지난해 소니코리아 컨슈머프로덕트 부문 사장으로 인생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CEO로서 원칙같은 게 있을 것 같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직원들 앞에서 큰 소리로 야단치면 안 된다. 인도네시아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크게 나무라면 퇴사한다. 또 밖에 나갈 때에는 가방을 꼭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인도네시아에는 이슬람 예배 시간이 있다. 이걸 모르고 차에 가방 놓고 나왔다가 운전기사와 연락이 두절돼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기도에 방해하면 안되니까 어디를 가든 무조건 가방을 들고 나가는 습관이 생겼다.
이처럼 해당 국가 문화에 맞춰야 한다. 해외 국가 어디에서 일을 하든 직원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하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업무에 대한 체크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짧게라도 자주 확인하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두 시간 회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짧은 회의더라도 매주 숫자를 체크하고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빨리 대응할 수 있다. 하루 미팅 일정이 5개 이상 있는 것은 기본이다.
'결과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노력하더라도 결과가 안 나오면 인정을 못 받는다. 항상 기대보다 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
▲8시 15분~20분쯤 출발해서 8시 30분쯤 사무실에 출근한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회의에 들어간다. 파트별로 하루종일 회의가 잡혀있다. 회의는 보통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데 늦으면 6시까지도 하고 있다. 외부에 많이 나가야 하는데 대표로 취임하고 나서는 외근이 많이 줄었다. 보고 받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나가고 매장도 살폈다. 요즘에는 하루에 7~8개씩 스케줄 소화하는 만큼 많이 바빠졌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우선 한국말을 구사할 수 있어서 편하다. 현지어를 할 수 없으면 제대로 대화가 안 된다. 그런 부분에서 한국 생활은 유리한 부분이 있다.
사업적 면에서 한국은 소니 프리미엄 전략과 최신 제품 라인업이 잘 맞는 프리미엄 중심 시장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시장은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경쟁사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대기업이라 애프터서비스(AS) 인프라도 잘 갖췄다. 외국계 회사가 한국에서 뭔가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삼성과 LG가 같은 품목에서 경쟁사로 버티고 있으면 엄청나게 힘든 것이 사실이다.
-소니코리아가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헌활동 하는가.
▲소니코리아는 임직원 자원봉사, 환경·과학 교육, 환경보호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다. 2012년부터 '에코 사이언스 스쿨'을 개최하고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사물인터넷 키트인 '매쉬(MESH)' 교육도 시작했다. 학생 스스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들어 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소비자를 겨냥해서는 카메라 관련 세미나를 자주 열고 있다. 옛날이라면 TV 광고만 잘 하면 제품이 잘 팔렸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제품이 비싸졌기 때문에 전문성이 중요해졌다. 더 이상 광고만이 능사가 아니다. 실제 수요자에게 제품 강점을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세미나를 자주 열고 있다. 세미나도 인물사진, 모델사진만이 아니라 비행기, 풍경 등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마련한다. 실제로 프로 사진작가가 동행해 제품 강점을 소비자에게 직접 알려준다.
소니코리아에도 전문적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직원이 많다. 직원 중에도 카메라 애호가인 동시에 전문가를 뽑아왔다. 이들은 보통 수준 이상 실력을 가지고 있다. 사진도 잘 찍는다. 카메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준비하는 차원이다.
-요즘 소니 본사의 중점 방향은.
▲소니 본사 계획은 세 가지 주요 비즈니스 영역(전자·엔터테인먼트·금융 서비스)에 걸쳐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소니가 전자제품회사로 유명하고 전자제품회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소니 전체로 보면 가전제품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비중이 크다. 음악과 영화 비중이 크고 콘솔게임으로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음악도 세계에서 2위, 영화는 3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소니다. 가전제품보다 엔터테인먼트 존재감이 크다.
연령층에 따라서 소니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젊은 층에게 소니하면 어떤 제품이 먼저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플레이스테이션4(PS4)라고 말한다. 저 같은 중년층에게는 워크맨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소비자에 따라서는 헤드폰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카메라는 이미 유명한 품목이다.
-일본도 전자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나라고 한국도 정보통신기술(ICT)이 나라 주력산업이다. 한국 ICT산업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인터넷 ADSL 일찌감치 도입하는 등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힌다. '카카오 택시'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는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다. 한국말을 할 수만 있으면 버스도 잘 탈 수 있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오는 시간대도 안내 받을 수 있다. 이런 나라가 세계에서도 별로 없다. 소액이더라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꼽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수수료 문제로 3000~4000원도 결제하기 어렵다.
◆오쿠라 키쿠오 대표는
1967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일본 오사카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소니에 1992년 입사했다. 소니 홍콩에서 방송장비 아시아 세일즈, 소니 라틴아메리카에서 디지털 이미징 마케팅 매니저를 거쳤다. 2007년 소니코리아 컨슈머 프로덕트 부문 본부장으로 일했고 이후 소니 말레이시아 대표, 소니 인도네시아 대표를 역임했다. 2017년 소니코리아 컨슈머 프로덕트 부문 사장으로 한국에 복귀한 뒤 올해 3월부터 소니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
정리=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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