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과 경영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심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롯데는 2심 판결에 그룹 미래가 걸린 만큼 공판 준비에 만전을 기하며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는 다음 달 5일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이에 앞서 검찰은 뇌물 공여와 경영 비리 혐의로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신 회장은 최후 변론을 통해 “최순실 존재는 전혀 몰랐고, K스포츠재단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국가 경제를, 그리고 그룹을 위해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롯데그룹은 황각규 부회장 등 각 비즈니스유닛(BU)장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 그룹을 운영해 오고 있다. 위원회는 평일에 신 회장을 찾아 경영 현안을 보고하고 있다. 황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사무실에 출근,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되면 총수 부재 장기화로 말미암아 그룹 전반에 걸쳐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법정 구속 이후 7개월 동안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10년 동안 한 해 5조∼10조원을 투자해 왔지만 향후 계획은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투자 계획이 정해지지 않자 대형 프로젝트는 줄줄이 중단됐다. 롯데는 올해 국내외에서 10여건, 총 11조원 규모 인수합병(M&A)을 검토·추진했지만 신 회장 부재로 무기한 연기하거나 참여를 포기했다. 이는 장기로 볼 때 신규 투자뿐만 아니라 기존 해외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도 신 회장 항소심 결과에 따라 생사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이번 항소심 선고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인정되면 국내 전체 면세사업장에 대한 특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1, 2심 재판부는 롯데와 박 전 대통령 간 면세점과 관련한 묵시 형태의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재판 결과는 신 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동시에 신 회장의 재판은 곧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초유 회장 구속 사태로 롯데그룹 전반에 걸쳐 긴장과 피로가 극에 이른 상태”라면서 “총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롯데그룹은 오너 리스크에 따른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