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소액결제를 구현하는 모의 테스트에 나섰다. 실생활 금융업무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올 초에도 한은 금융망에서 모의테스트를 하는 등 블록체인 활용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팀은 최근 블로코를 '블록체인 기술 기반 소액결제 모의테스트' 용역 업체로 선정했다. 이번 테스트는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사업 일환으로, 약 1억4700만원이 투입됐다.
블로코는 발행 흐름도 및 거래처리 절차, 참가자 인증 방법, 지갑 관리 방법, 모바일앱(고객) 구현방안, 거래 모니터링 방식 등 구체적인 설계도를 만들게 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로코는 금융보안원과 금융결제원 블록체인 테스트 베드 사업을 수주한 경력이 있다. 은행연합회가 추진 중인 '은행 공동 블록체인 인증 시스템 구축 사업'에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코인스택을 공급하기도 했다.
한은이 개인 간 자금 거래 관련 블록체인 테스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금융망뿐 아니라 금융결제원 소액결제망까지 테스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한은 금융망에서는 금융기관 간 거액이체가 이뤄지며, 금결원 소액결제망에서는 개인의 계좌이체 등이 이뤄진다. 실생활 금융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테스트는 1~2개월 간 진행된다. 보안성과 복원력, 확장성, 효율성 네 가지 기준으로 평가한 후 연내 '블록체인 기반 소액결제 모의테스트 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LG CNS 기술 지원을 받아 R3CEV 금융 플랫폼 '코다'를 활용한 테스트도 진행했다. 당시 한은은 블록체인 기반 은행 간 자금이체가 보안성과 확장성에서는 양호하지만 효율성과 복원력은 한은 금융망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시스템 장애 시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이 되지 않았으며, 9301건 지급지시 처리에 현행(9시간)보다 2시간 33분이 추가로 소요됐기 때문이다.
다만, 블록체인을 실제 금융업무에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1-2년 안에 복원력과 거래 처리 속도가 기존 금융권 수준으로 높아지기는 어렵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또, 착오 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는 점과 거래 정보가 노출된다는 점 등도 한계로 작용한다.
한은 전자금융팀 관계자는 “이번 모의테스트는 실제 시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론으로만 접하던 블록체인 기술 가능성을 재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가능성을 직접 한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은은 지난해'2017 지급결제제도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중앙은행 역할에 미칠 영향을 논의한 바 있다.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도 '암호화폐가 단기적으로 실물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으나 그 잠재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