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은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흐르고, 전자 이동 속도는 실리콘보다 100배 빠른 차세대 전기전자용 소재입니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을 잘 활용하면 각종 첨단 나노융합 기술 상용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건웅 한국전기연구원(KERI) 창의원천연구본부장(책임연구원)은 그래핀을 활용해 각종 나노융합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그래핀 응용 과학기술인이다.
이 본부장은 최근 '고전도성·고신뢰성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와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대량 제조기술'을 잇달아 개발, 산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핀을 구리에 합성해 가격은 낮추고 전기 전도성은 높인 고전도·고신뢰성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는 전자기기 배선이나 회로, 전극 등에 사용하는 기존 '은(Ag) 잉크'와 비교해 대등한 성능이지만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한 차세대 전도성 잉크다.
그는 “그래핀을 잉크 산화 방지막 물질로 활용하고, 여기에 나노 크기보다 저렴한 마이크론(μm) 크기 상용 구리 입자를 적용, 제조 단가 경쟁력을 높였다”면서 “구리 입자 표면에 여러층 그래핀을 용액 속에서 합성하는 '액상합성법'을 추가 개발해 대량 연속 공정 기반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터치패널, 디스플레이 등 유연 인쇄전극을 사용하는 제품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자파차폐(EMI) 필름, 태양전지, 무선인식(RFID) 안테나, 연성인쇄 회로기판 및 웨어러블 신축 전극 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는 리튬이온전지에 단일 소재로 쓰이는 실리콘 단점을 개선, 전지 성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복합 소재다. 음극재 실리콘은 기존 흑연보다 10배 이상 에너지 밀도를 지니고 있지만 전기 전도도는 매우 낮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부피는 팽창하고 입자가 부서지거나 전극이 벗겨져 전지 성능을 떨어뜨린다.
이 본부장은 실리콘을 전해질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그래핀을 채택했다.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지닌 그래핀을 코팅층으로 활용, 실리콘 부피 팽창과 이에 따른 성능 감소를 억제했다. 그는 “이 기술 최대 강점은 중소·중견 기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이라면서 “나노 크기가 아닌 마이크론 크기 상용 실리콘으로 단가를 낮추고, KERI 고전도성 그래핀 분산기술을 이용해 코어-쉘 구조 복합 음극재를 대량 제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친환경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주행거리는 20% 이상 늘어난다.
이 본부장은 “10년 이상 그래핀 응용 및 상용화 연구에 몰두했고, 두 개 대형 연구 성과를 거둬 현재 상용 단계에 와 있다”면서 “특허 출원과 자체 양산 가능성을 검증한 후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 기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