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의 훌륭한 기술 내지 아이디어는 있지만 어떻게 창업해서 사업을 수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예비창업자가 있다면, 컴퍼니빌더를 고려해 볼 것을 권해 주고 싶다.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란 창업자가 가진 아이디어를 정교화해 사업화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해줄 뿐만 아니라 함께 창업할 팀 구성, 사업모델 구현에 필요한 초기 운영자금 투입까지를 주도해 주는 회사를 말한다. 컴퍼니빌더는 창업자를 조력해 주는 또 다른 회사 유형인 인큐베이터(incubator),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등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질 것이다.
먼저 인큐베이터는 대학, 연구소, 경영대학 등에서 예비 창업자 내지 스타트업에 물리적 공간을 제공해 주고, 비즈니스 아이디어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인큐베이터의 주요 특징은 물리적 사무 공간 제공, 멘토링, 비공식적 이벤트·컨설팅 서비스 제공, 투자자에 노출 및 공공 자금 연결로 요약된다.
이에 반해 액셀러레이터는 공개적인 선발과정을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에 제한된 기간 동안 집중적인 멘토링과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소규모 지분투자도 변행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컴퍼니빌더는 앞서 열거한 두 가지 회사 유형과 달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내부, 즉 컴퍼니빌더 설립자 전문 분야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컴퍼니빌더의 원조 격인 아이디어랩(Idealab)의 사업 방식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아이디어랩(Idealab)은 빌 그로스(Bill Gross)가 1996년에 시작한 컴퍼니빌더의 원조격인 회사다.
아이디어랩은 회사 내부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인큐베이팅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스핀오프시키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이외에도 2007년 독일에서 시작된 로켓 인터넷(Rocket Internet)이라는 컴퍼니빌더도 있다. 로켓 인터넷은 현재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해 약 110개 국가에서 3만명이 넘는 직원들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성장해 왔다.
이처럼 컴퍼니빌더는 스타트업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해당 회사와의 인연을 끊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도 일정 지분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등의 형태로 해당 회사와 관계를 지속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컴퍼니빌더를 스타트업 지주회사 내지 스타트업 스튜디오로 부르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최근 운영되고 있는 여러 컴퍼니빌더는 초기 모델과 달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해 함께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컴퍼니빌더가 여타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등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으로 회사가 본격적인 사업 수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공동 운영 주체로 활동하면서 회사를 함께 운영한다는 점이 점차 두드러지게 됐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분야에서 목격되는 현상 중 하나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환경은 점차 완비되어 감에도 불구,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시킬 만한 스타트업이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의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혼자서 창업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한 예비창업가가 있다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여러 컴퍼니빌더들을 주목하길 권해주고 싶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