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이마트의 미국 진출이 첫 발을 뗐다. 자체개발상품(PB) 및 온라인 사업 강화, 복합쇼핑몰, 전문점 등 다양한 유통 실험을 해 온 정 부회장으로서는 유통 선진국 미국에 출사표를 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이마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지역 번화가인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 712번지(주얼리 디스트릭트)에 있는 복합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임차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이마트는 6층 건물 중 1~3층을 임차해 프리미엄 그로서란트(식료품+레스토랑) 매장인 'PK마켓'(가칭) 미국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개점은 2019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임차면적은 총 4803㎡(1453평)이며 이중 1층과 2층(3104㎡, 939평)을 매장으로 꾸미고 3층(1699㎡, 514평)은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임차한 매장은 1917년 건립돼 101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건물로 완공 당시 '빌레 드 파리' 백화점이 입점할 정도로 LA 다운타운의 중심 상업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시청 등이 있는 '히스토릭 코어(HISTORIC CORE)'와 사우스 파크, 금융지구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했고 전철역도 인접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이마트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LA 다운타운 재개발이 완료되면 향후 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코엑스 상생채용박람회에서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은 당시 “미국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아시아 콘텐츠로 승부를 볼 계획”이라며 “PK마켓으로 미국인이 좋아할 만한 아시안 토털 푸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PK마켓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으로 스타필드 하남, 고양에 입점해 있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해 즉석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의 개념이 결합된 매장이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국내 유통 빅3 중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신세계가 처음이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가 동남아 지역에 잇달아 진출하며 신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달리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유통 선진국인 미국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미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장기적으로 유럽 등지로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마트 측은 매장 레이아웃과 MD 배치, 인허가 작업을 오픈 전까지 신속히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지 유통업체들과 차별화를 위한 K푸드와 아시안푸드 킬러아이템 등도 구상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부지 계약이 마무리됨에 따라 미국 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