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구글세 걷자" 요구…실효성엔 물음표

박영선,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디지털 부가가치세 문제 진단 및 개선방안 토론회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영선,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디지털 부가가치세 문제 진단 및 개선방안 토론회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외국계 IT 기업을 겨냥한 이른바 '구글세'를 걷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 학계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에 불이 붙었다. 실질적 대안도 잇따라 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하나같이 외국기업 협조가 필요하다. 과세당국의 적극적 징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글세 도입 논란은 외국계 IT 기업 대상 세금 회피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우선 디지털세 도입은 국회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해외사업자와 국내기업 간 차별을 해소한 법인세율 조정, 그리고 매출이 발생하는 행위에 부가가치세를 내도록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외국계 IT 기업이 자진해 소득을 알려주지 않는 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먼저 법인세 이슈는 고정사업장 문제와 직결된다. 현행 과세 기준은 고정사업장이 위치한 국가 과세관청에서 세금을 걷도록 한다. 이 기준을 우리만 달리 적용할 수 없다. 외국계 IT 기업은 고정사업장을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세우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방지 프로젝트 역시 고정사업장 분야 진도가 가장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디지털세가 등장했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다. 고정사업장과 관계없이 매출에 일정 세율을 물리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EU 움직임에 발맞춰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미국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디지털세 도입으로 가장 피해를 볼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과세가 이뤄지려면 미국과 조세조약을 손질해야 한다. 김종훈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국내 세법으로 과세권을 아무리 넓혀도 조세조약 범위를 넘어서까지 과세할 순 없다”고 밝혔다.

부가가치세 징수 방안도 현실화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매출 집계가 쉽지 않다. 일례로 유료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규모는 확인 가능하지만 앱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거래까지 집계하긴 어렵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외국계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공시의무는 지지 않는다”며 “감사 대상 선정 기준도 빠져나갈 구멍이 지나치게 넓다”고 말했다. 매출을 알아낼 기회조차 과세당국이 스스로 놓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가가치세법상 허점도 매워야 한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현행법에는 용역의 수입이 과세 대상에 빠져있다”며 “전자적 용역 범위도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구글세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근원지는 국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다국적 디지털 기업 한국 지사장 이력을 살펴본 결과, 전자와 관련 기술 전문가가 아닌 조세 회피 전문가였다”며 “국내에서 수조원을 벌어가면서 세금은 거의 안 내는 행태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성수 국회의원은 부가가치세를 통한 세금 징수 방안을 장기적 과제로 두고 해결할 방침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디지털세 법안을 내놓는다.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결과를 발표한다.

공은 정부로 던져졌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숙제인 만큼 적극적 징수 의지가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조세조약을 무효화할 수 없다”며 “디지털세도 무리하게 적용하면 외국 정부와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과세당국이 좀 더 치밀하게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법리를 개발, 과세 주권을 지키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제언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