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속고발제 개편·정보교환 행위 담합추정·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개선 방안을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 중 일부는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속고발제 개편 △정보교환 행위 담합추정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 △형사처벌 조항 정비 등 5개 분야 개선을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우선 '고발남용 방지책'과 '중복조사금지 명문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속고발제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안이 담겼다. 누구나 고발권을 가져 기업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감시를 늘릴 수 있지만 허위 고발·자진신고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
공정위와 검찰이 기업을 이중조사하거나 양 기관간 판단에 차이가 생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기업 불공정경쟁 행위에 대해 경쟁당국이 사법부에 앞서 1차 판단한다.
대한상의는 '정보교환=담합'으로 추정하는 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는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담합행위 선제 근절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담합 성립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
현행법상 담합은 둘 이상 사업자가 합의를 하고 합의내용에 경쟁제한성이 있어야 성립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교환행위 자체만으로 담합이 추정된다. 이럴 때 기업은 담합에 대한 반증 책임·조사 부담을 진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기했다. 일부 공익법인이 지주회사·핵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거나 내부거래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다. 다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일률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 주식은 고유재산인 만큼 의결권 제한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 이미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주식 출연·취득에는 일정 부분 제한이 있다. 공익법인 설립·운영도 주무관청 허가를 필요로 하는 등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엄격하다.
대한상의는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회사, 그 회사가 50% 초과 보유한 회사도 규제)에 대해 지주회사 제도와는 상충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는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지주회사는 평균 자회사 지분율이 74.3%로 50% 초과를 기준으로 둔 자회사 내부거래 규제기준보다 높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세계 추세에 발맞춰 형벌조항 폐지와 함께 민사 구제수단과 행정제재 확대 방안을 담고 있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개정안의 내용처럼 기업결합행위·일부 불공정거래행위·일부 사업자단체금지행위·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형벌조항 폐지는 물론 기타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형벌조항을 대폭 폐지해 세계 표준에 걸맞는 집행체계를 갖춰달라”고 주문했다.
특위 논의과정에서 소수의견으로 제시됐던 공정거래법상 위반행위자와 함께 법인도 형사처벌하는 양벌조항도 이중제재 소지가 있는 만큼 정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공정거래법도 과잉집행·과소집행 사이에서 적정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법위반 의도 없이 제재대상이 되지 않도록 향후 입법 절차에서 불확실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1> 경쟁법 위반에 대한 OECD 회원국 형벌제도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