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출하량을 크게 늘리며 성장률에서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기차(EV, PHEV, HEV)용으로 출하된 배터리 총량은 44.2기가와트시(GWh)로 작년 동기 대비 78.9% 급증했다.
이 기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는 파나소닉이 1위를 유지한 가운데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2, 3, 5위는 각각 CATL과 BYD, AESC가 차지했다.
LG화학 출하량은 3.8GWh로 작년 대비 34.7%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SDI 출하량도 1.8GWh로 작년 동기 대비 27.6% 증가했다.
LG화학은 현대차 코나EV, 쉐보레 볼트(BOLT), 스마트 포투 등, 삼성SDI의 경우 폭스바겐 e-골프, BMW 530e, 포르쉐 파나메라 등 각사 배터리 탑재 모델 판매 호조가 출하량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LG화학은 전년 동기 3위에서 4위로, 삼성SDI는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씩 하락했다.
CATL과 BYD, 파라시스, 리센 등 중국 업체는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중국 업체가 출하량을 크게 늘리며 시장 평균 성장률을 78.9%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8월 기준으로는 전체 출하량이 7.4GWh로 작년 동월 대비 65.1%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파나소닉과 BYD, AESC, 리센, 파라시스, 완샹 등 중국과 일본계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LG화학이 작년 동월과 같은 4위를 유지했다.
삼성SDI는 출하량이 15.9% 감소하면서 순위가 두 계단 하락했다. 폭스바겐 e-골프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판매량이 상당수 줄어든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8월 들어 중국 내 전기 승용차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전기 상용차 판매 감소폭도 크게 줄면서 대체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8월과 1~8월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톱10 순위에서 중국 업체가 절반인 5개를 차지하며 입지를 과시했다.
일본계 파나소닉과 AESC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과 일본계 배터리 업체 강력한 공세에 직면해 순위와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두 업체가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활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