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K9'이 출시 6개월 만에 국내 플래그십(최고급) 세단 시장에서 1위에 등극했다. K9은 지난해까지는 월 평균 130대도 판매하지 못하면서 경쟁 모델 충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신모델은 다양한 첨단 안전장비와 가격 대비 높은 성능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3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K9은 올 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616.4% 증가한 8468대를 판매해 국내 플래그십 세단 중 가장 많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제네시스 'EQ900',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포르쉐 '파나메라', 렉서스 'LS', 재규어 'XJ'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K9은 2012년 1세대 모델이 출시한 후륜구동 세단으로, 기아차 최고급 모델이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 '에쿠스'보다 반단계 낮은 차급으로 인식되면서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실제 지난해 K9은 월 평균 129대 밖에 팔리지 않으며 기아차 승용 모델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는 EQ900(1만2300대)는 물론, 벤츠 S클래스(6438대), BMW 7시리즈(3287대) 등 수입 모델에게도 크 차이로 뒤쳐졌다.
하지만 지난 4월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K9에 대한 시장 반응은 완전히 바뀌었다.
신형 K9은 출시 후 6개월간 8255대가 팔리면서 올해 전체 판매량의 97.5%를 차지할 만큼 폭발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신형 K9의 월 평균 판매량은 1300여대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기존 시장 지배자였던 EQ900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3605대로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K9에 대한 판매 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K9은 전장 5120㎜, 전폭 1915㎜, 전고 1490㎜, 축거 3105㎜로 기존 K9대비 전장 25㎜, 전폭 15㎜, 축거 65㎜ 등 차체크기를 키웠다. 이는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롱바디 모델에 가까운 크기다. 반면 가격은 엔진 라인업과 트림에 따라 5490만~9380만원이다. 한 단계 아래급인 E클래스, 5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E세그먼트(중대형) 가격으로 F세그먼트(대형)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가격 전략은 구형 K9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디자인과 뒷좌석 설계 등의 이유로 판매가 부진했다. 때문에 기아차는 신형 K9 제작 초기 단계부터 구형 모델에서 실패했던 요인을 철저히 보완했다. 그 결과 신형 K9은 디자인, 실내 구성부터 ADAS 시스템까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구성했다.
특히 신형 K9에 처음 적용된 반자율기능인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은 국내 출시된 차량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NSCC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서 도로 곡률, 주변 차량 주행 상황 등까지 고려해서 가·감속과 조향을 조작한다. 더 K9은 완성도 높은 NSCC 구현을 위해 내비게이션에 국산차 최초로 ADAS 맵을 적용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K9은 1억원이 넘는 수입차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 품질과 첨단 기술을 6000만~7000만원대에서 구현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