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보험 혁신 방향성은 옳습니다. 다만 인슈어테크 기업이 논의 단계부터 참여하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규정과 혁신 방향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논의 후 단순 지시로 내려오는 형태여서 아쉽습니다.” 기자와 만난 인슈어테크 관계자 말이다.
금융 당국의 최근 화두는 보험 혁신이다. 보험 시장을 혁신해서 소비자 불만은 낮추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신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채널·상품 특화 보험사 인가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정보기술(IT) 보안이나 반려동물 등에 특화된 온라인 보험사 설립 등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불명확한 약관, 부실한 상품 안내, 불투명한 보험금 지급 등 정보 비대칭성으로 불완전 판매 등을 야기하는 보험 시장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개선점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 당국 의도는 결국 기존 산업 구조를 개혁해서 혁신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대안의 하나로 인슈어테크,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IT 신기술을 적용한 보험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다.
고객 필요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인슈어테크 시장을 키워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다양한 미니 보험 출시를 유도, 신시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에 부응하듯 최근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이 기존 플랫폼을 고도화, 마이크로 보험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금융 당국의 보험 혁신 기조에 인슈어테크 기업 참여가 보이지 않는다. 혁신의 키를 쥔 당사자를 논의에서 배제한 상황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많은 인슈어테크 기업이 보험 시장의 선봉에 서 있다. AI와 헬스케어 등을 대거 적용, 단순 보장에서 벗어나 건강관리를 돕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혁신 물꼬가 막혔다. 금융 당국이 대거 나선다고 말하고 일부 행동에 나섰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따라가는 형태다. 업종 간 합종연횡도 늘고 있어 구조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현장을 배제한 정책은 자칫 비효율이 우려된다.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수단이다. 보험 혁신 정책도 당사자인 인슈어테크 기업과 10년, 그 이상의 미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길 기대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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