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기준 277개 유니콘 기업 중 인도 기업은 13군데다.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다. 중국과 인도의 유니콘 기업 부상은 내수 시장의 장점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시장이 적은 이스라엘,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도 성공적인 글로벌 스타트업을 많이 배출한다. 다만 전략이 다를 뿐이다.
내수시장이 큰 나라는 자국에서의 성공이 바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부상하는 기회가 된다. 반면 시장이 작은 나라는 애초부터 글로벌에서 통할 '혁신 창업'을 지향한다. 우리나라에 대규모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이 적은 이유 중에는 이 두 가지가 아닌, 어정쩡한 내수 규모가 아닐까 싶다. 충분히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은 내수 시장이 창업가로 하여금 대규모 사업체의 꿈을 꾸지 못하게 하고 있는 원인일 수 있다.
인도의 13개 유니콘 기업 중 두번째로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가 '스냅딜(Snapdeal)'이다. 약 9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고교 동창생인 쿠날 발과 로힛 반살이 26살의 젊은 나이에 설립했다. 8년 역사의 신생기업이다. 쿠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펜실베니아대학의 경영대학 와튼스쿨에서 마케팅을, 그리고 공대에서 공학학사를 받았다. 그는 이미 대학 재학시절 세제회사를 만들어 월마트에 파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에 잠시 근무했지만 비자 문제로 2008년 귀국해서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로힛 반살 또한 인도 최고의 명문 인도공과대학 IIT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스냅딜은 소셜커머스로 시작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인도에서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놓고 1위 업체인 플립카드(Flipkart), 아마존 인디아와 스냅딜이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2014년 이미 30만 이상의 판매자들이 참가했고, 3000만가지 이상의 다양한 상품이 거래됐다. 이제는 6000개가 넘는 인도 도시에 상품이 배달되는 초대형 전자 상거래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성장에는 벤처 금융의 투자가 있다.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5억 달러를 투자받은 것을 포함해 약 8억달러, 즉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많은 기업을 인수했다. 2010년 공동구매 전문 전자상거래 업체인 그랩봉닷컴, 2012년 스포츠전문 전자상거래 업체 이스포츠바이닷컴, 2013년의 수제품거래 온라인 업체인 소포닷컴, 패션 전자상거래 업체 두주톤닷컴, 그리고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추천시스템 기술회사 위시피거닷컴에 이어 2015년 상품 비교사이트 회사 스마트프릭스 등을 인수했다. 또 모바일 페이 회사 '프리차지', 온라인 광고회사도 인수했다.
몸집을 키운 스냅딜은 2016년 경쟁회사인 플립카드의 인수 제의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14개월만에 합의 불발로 결렬됐다. 이에 2017년 스냅딜은 독자적으로 성장을 모색하는 새로운 비전으로 '스냅 2.0'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그간의 방만했던 성장 위주의 경영에서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4억달러에 인수했던 프리차지를 단 6000만달러에 다른 은행에 매각하는 등 대수술을 단행했다. 그 결과 오랜 숙원인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우리는 많은 유니콘기업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미국에서 성공한 아마존의 사업 모형을 인도에 적용한 것이 플립카드이다. 또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적용사례가 스냅딜이다. 빠른 모방도 혁신이다. 그 결과 인도 시장은 토착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이베이나 아마존을 제압하면서 경쟁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들 성장에는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없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벤처 자금을 대형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팀과 성과만이 초대형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기술과 경영을 아는 젊은 창업가와 금융의 결합은 필수적인 팀의 구성요건이다. 스냅딜은 이러한 전형을 보여주는 청년 창업의 또 다른 성공 신화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