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이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BMW를 제치고 나란히 수입차 판매 1,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달 할인 판매 차종을 대거 신규 등록한 영향이다. 올해 본격 시장 복귀를 선언한 아우디·폭스바겐이 업계 예상보다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면서 향후 수입차 4강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4일 차량 데이터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아우디는 9월 2377대를 신규 등록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아우디 월 판매 1위 등극은 2007년 1월(593대) 이후 처음이다. 11년 전 시장 규모가 현재 5분 1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1위는 이례적인 성과다.
아우디가 1위 등극은 할인 판매로 관심을 모았던 A3 신규 등록이 큰 영향을 미쳤다. A3는 아우디 전체 판매 2377대 가운데 94.5%(2247대)를 차지했다. 아우디는 저공해차 의무판매제 준수를 위해 A3 가솔린 모델을 신규 등록 후 인증 중고차로 판매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은 2277대를 등록하며 수입차 2위로 올라섰다. 아우디처럼 저공해차 의무판매제로 할인 판매한 파사트가 1945대 등록되며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폭스바겐이 2위 이상 성적을 거둔 건 디젤게이트 이전인 2015년 11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올해 누적 판매에서도 나란히 1만대를 넘어서며 수입차 4강 구도를 공고히 했다. 올해 1~9월 누적 판매는 아우디 1만921대, 폭스바겐 1만997대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차 양강 BMW·벤츠는 물량 부족 등의 영향으로 3, 4위까지 하락했다. BMW는 2054대를 판매해 전월 대비 13.7% 하락하며 전달 2위에서 3위로 내려왔다. 화재 사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할인 프로모션 등 공격적인 판촉 전략을 펼치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벤츠는 BMW보다 감소폭이 컸다. 지난달 1960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전월 대비 35.4% 급감했다. 벤츠 월 판매가 2000대 이하를 떨어진 것은 2013년 11월(1955대) 이후 처음이다. 벤츠는 주력 차종 E클래스가 판매(694대)가 전월 대비 57.1% 줄면서 판매 감소를 부채질했다. 연식 변경 모델 출시 등을 앞두고 판매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아우디·폭스바겐 1, 2위가 연말까지 지속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아우디·폭스바겐 모두 A3와 파사트라는 특정 차종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실적을 이끈 탓이다. 아우디 주력 차종 A6 경우 디젤 모델 재고가 소진돼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폭스바겐도 티구안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연말까지 남은 기간 원활한 공급 물량 확보가 판매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기 차종이라 하더라도 출고 적체가 심화될 경우 소비자 이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시장에 복귀한 아우디·폭스바겐이 단기간에 월 판매 1, 2위를 탈환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내년부터 아우디·폭스바겐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강자인 BMW, 벤츠와의 순위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