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가 시작됐다. 남북이 내년 4월 DMZ 화살머리고지에서 사상 처음 공동 유해 발굴에 나서기 때문이다. 11월 말까지 일부 지역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한다.
DMZ 일대에는 대인지뢰, 대전차지뢰, 목함지뢰 등 다양한 지뢰가 매설돼 있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은 DMZ에만 200만개 이상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북한이 최근까지도 지뢰를 매설해 온 만큼 남쪽보다 더 많은 지뢰가 묻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영구평화 시대가 온다면 지뢰는 남김없이 제거돼야 한다. 민간인 피해 방지를 위해서라도 지뢰 수색·제거 작업이 필요하다. 2001년 이후 발생한 지뢰 사고 66건 가운데 민간인 피해는 사망 10명, 중경상 47명이다. 폭우, 홍수, 산사태 등으로 지뢰가 유실되면서 위험성이 커졌다. 매설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지표면으로부터 1m 이상 깊이 묻힌 지뢰도 있다.
지뢰를 제거하려면 정치 관계 난관뿐만 아니라 기술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육군은 현재 방식으로 11개 공병대대를 투입해서 DMZ 군사분계선 남측과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지역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데만 약 2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부터 중단 없이 제거한다고 해도 남북 분단 세월보다 세 배나 더 걸리는 셈이다.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한 무인화로 지뢰 제거 시 인명 피해 위험을 낮추고 작업 속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로봇, 드론, 5세대(5G)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지뢰 제거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로봇과 드론을 활용해 자율 주행, 원격 조종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기존 방식보다 기간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은 원격에서 레이저로 지뢰를 폭발시켜 시간·비용을 줄이는 폭발물 제거 시스템 '라드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우리도 지뢰 제거 기술 혁신을 앞당겨야 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