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유치원 방과후 과정에서 놀이중심 영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국회 교육·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방과후 과정에서 놀이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교육부는 입장을 정리했다”면서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허용하는 영어 방과후 수업과 맞물려 유치원 방과후 영어 특별활동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발표에 영어 사교육비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이후 결정을 내년 1월까지 유예했다. 국민참여숙려제 두 번째 과제로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유 부총리가 갑작스레 방침을 정했다. 유 부총리는 “원생 모집이 10월부터라는 점을 고려해 빨리 결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주장하는 학부모와 적정 연령에서 외국어를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어 또 한번 갈등이 예상된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던 사항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유치원의 방과후 영어 활동이 허용되면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수업도 허용해 달라는 요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과정은 선행교육을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금지됐다.
교육부는 빠른 시일 내에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과정 운영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보완해 찬반양론을 묻는 방식이 아닌 국민의 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유아·놀이 중심이라는 유아교육 본질을 우선 고려함과 동시에 학부모의 정책수용도를 감안해 유치원 방과후 놀이 중심 영어를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결정을 계기로 여러 교육 현안이 빠르게 해결되고 교육현장이 조속히 안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질의는 유 부총리에 대한 야당 의원 질타 중심으로 전개됐다. 유 부총리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 위장전입 문제,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앞서 인사청문회 모습이 재현됐다.
유 부총리는 교육위원회 위원으로서 활동한 점을 언급하고, 위장전입 문제는 거듭 사과했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는 직답을 피하고 현직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