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김정은과 비핵화 로드맵·북미회담 논의…"가급적 빨리 2차 회담 갖기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7일 방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할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또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2차 북미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직후 한국을 찾아 이 같은 협의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했다. 북미 간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생산적 대화'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방북해 김 위원장과 면담한 뒤 오후 5시경 방한했다. 곧바로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과 저녁 6시 56분경부터 면담했다. 면담은 40여분 간 진행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 면담에서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로 곧장 방문했다”며 “북한 방문은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긴 하지만 오늘 또 한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께 감사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방북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한국으로 와서 결과를 공유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곧 있을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에 되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인 진전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그는 “여러가지 다양한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며 “나중에 둘만 있을 때 더 자세히 말하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면담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북미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 북미 양측은 2차 회담의 구체적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었다고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특히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양측은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내 협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그간 종전선언을 먼저 요구하는 북한과 핵리스트 신고를 강조한 미국이 어떤 합의점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1박 2일 간 한국에 머문 뒤 8일 중국으로 건너가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미·중 현안과 역내 글로벌 이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이 목표에 다다르면 정전상태를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할 것이고, 중국도 주체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워싱턴DC를 떠나 일본으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국에 일이 잘 되면 우리는 휴전협정을 끝내는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이며 중국은 그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수면 위로 올라온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이날 문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와 관련된 협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정 등은 자국의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회담 장소로는 1차 때처럼 제3국 개최, 북미 양쪽 수도 또는 판문점 등이 거론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