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미세 플라스틱](https://img.etnews.com/photonews/1810/1118024_20181012151907_721_0001.jpg)
최근 국내산 천일염에서 미세플라스틱 등 이물질이 다수 검출됐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해양수산부가 의뢰해 목포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호주·뉴질랜드·프랑스 등 외국산 소금 4종과 국내산 소금의 불용물질 필터 결과 모래 형태의 사분, 토양, 곤충, 미세 플라스틱 등이 확인됐다. 크기가 매우 작아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은 물질이 바다와 강으로 그대로 유입, 소금에도 잔류한 것이다.
올해 초엔 우리나라 하천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네이처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인천, 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번째, 3번째로 높았다.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은 영국 북서부 머지강과 어웰강, 4위는 캐나다 세인트로런스강, 5위는 독일 라인강 지류의 마인강이었다. 1㎡당 평균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1만~10만개 사이인 곳은 머지강과 어웰강, 인천과 경기 해안, 낙동강 하구, 세인트로런스강 등 네 곳뿐이었다.
우리나라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이유는 플라스틱 폐기물, 비닐, 타이어 분진 등 쓰레기의 토양, 하천 유입량이 많고 영세 제조업장의 하수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얘기로만 여기던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이 어느새 우리의 얘기가 됐지만 대응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지름 5㎜ 미만의 입자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정의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소화기관에 머물다 대다수 배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물고기를 통해서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홍합, 굴, 새우 등 내장까지 함께 섭취하는 해산물을 먹을 때는 사실상 무방비다.
설령 내장을 제거 한다해도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작은 입자는 세포벽을 통과해 내장 이 외 기간에 침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6년 5월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에서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아예 해산물을 먹지 않고 살면 피할 수 있을까. 미세 플라스틱은 생각 보다 곳곳에 침투했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기관 오르브 미디어는 미네소타대학교 공중보건대학과의 공동조사를 통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의 14개 나라 수돗물 샘플 159개 중 8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국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세 플라스틱의 공포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타날 부작용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플라스틱은 석유로부터 만들어진다.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를 다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한다. 이 물질의 작은 분자(저분자)를 중합시켜 분자가 많은 고분자로 만드는 중합 과정을 거치면 다양한 화학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폴리머가 탄생한다. 폴리에틸렌은 합성수지의 기초원료로, 폴리프로필렌은 합성섬유, 폴리부타디엔은 합성탄성고무의 원료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의 뼈대인 중합체는 일반적으로 독성을 띠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들어간 첨가제는 얘기가 다르다. 가소제, 난연제, 자외선 안정제, 염료, 촉매 등 다양한 첨가제에는 독성물질,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런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먹는다해도 당장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지 않고 오랜 기간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영향으로 자연환경에 퍼져나가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3190만톤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해양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 480만톤에서 1270만톤에 달한다. 단순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당장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을 찾기도 어렵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기후변화 등과 같은 문제로 격상 시켜 전 지구가 함께 해결방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