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로부터 도박장 다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받곤 합니다. 블록체인 미래 가능성을 보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는데 졸지에 카지노 종사자로 몰렸습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한 청년 재직자의 말이다. 정부가 암호화폐거래소를 사행성·유흥 업종과 동일하게 벤처 업종에서 제외하면서다. 암호화폐거래소도 아니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사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이다.
업계 종사자가 아닌 바에야 일반인 시각에서는 똑같이 취급한다. '스타트업에 취업하면 불효'라는 말을 넘어 블록체인 업체 종사자는 범법자 취급까지 받는 형국이다.
벤처 주무 부처 중소벤처기업부는 '암호화폐거래소' 벤처 업종 제외 후 논란이 커지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사회 통념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 직접 규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고시한 블록체인 기술 산업 세부 분류 10개 업종 가운데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1개 업종만 제외한다는 설명이다. 여타 블록체인 산업은 육성한다는 입장도 곁들였다.
물론 정부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직접 규제하지 않는다. 올해 초 법무부에서 암호화폐거래소 폐쇄를 언급하고 금융위원회 국내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방침 역시 마찬가지다. 폐쇄하거나 금지의 근거가 되는 법·제도를 제정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다. 여전히 유흥주점이나 도박장과 동일 선상에 놓고 정책을 입안한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부정 이미지 형성에 정부가 차지하는 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블록체인 전문 기업은 인재 채용도 쉽지 않다. 기존 서비스나 산업과 연계하기도 쉽지 않다. 일반 투자 유치도 어렵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고 해외 ICO로 눈을 돌린다. 대기업도 다를 게 없다. 유망 신사업으로 추진하다가도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회 이미지에 발목 잡히기 일쑤다. 명확한 법·제도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정작 시장에서는 진짜 불법 다단계나 편법 사업 모델, 부실 ICO 프로젝트가 판친다.
직접 통제나 규제만 산업 발전의 손톱 밑 가시가 아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