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IP 경쟁력 분석]'알맹이' 없는 자율주행특허 4위…“고도기술 절실”

[4차 산업혁명 IP 경쟁력 분석]'알맹이' 없는 자율주행특허 4위…“고도기술 절실”

자율주행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운전의 주체가 사람에서 차량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생태계, 생활방식에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15년 30억달러(약 3조4404억원)에서 2025년 960억달러(약 110조원), 2035년 2900억달러(약 332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 관련 지식재산권(IP) 경쟁이 치열하다.

LG전자와 히어(HERE)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콘셉트 (제공=LG전자)
LG전자와 히어(HERE)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콘셉트 (제공=LG전자)

◇美, 양질의 자율주행 특허 보유…韓, 순위만 상위권

전자신문과 IP데이터 기술기업 광개토연구소가 최근 10년 간 자율주행 관련 미국 특허청 공개(심사 중)·등록 특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 자동차 강국인 프랑스(6위), 영국(9위)을 비롯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8위)보다 높은 순위다.

하지만 한국의 자율주행 특허 건수는 1692건으로 미국(1만4707건) 9분의 1, 일본(7339건)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3위인 독일(2554건)과도 1000건가량 차이가 났다. 순위로만 따지면 선두권에 있지만 상위 3개국과 격차가 상당하다.

특허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인 피인용 수는 일본이 지난 5년 간 특허당 평균 16.22로 상위 10개국 중 가장 많았다. 미국(15.49), 네덜란드(14.31), 독일(12.07), 영국(10.4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에 한국은 평균 피인용 수가 8.27로 자동차 기술 개도국인 중국(6.15), 대만(6.21)을 앞서는 수준에 불과했다.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전기차 크루즈(Cruise)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전기차 크루즈(Cruise)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정보기술(IT) 기업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 기업이 특허 보유 상위권을 자치했다. 글로벌 상위 10위권에서 6곳이 자동차 기업이었다. IT 기업은 구글, IBM, 히어(HERE) 3개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일본 자동차 부품 업체 덴소(901건)다. 그 다음은 토요타(861건), 로버트보쉬(818건), 혼다(617건), 구글(613건)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자율주행 공개·등록 특허 보유 현황에서 상위 10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423건)가 12위로 가장 많은 자율주행 특허를 보유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271건)는 19위, VC사업 영역을 키워나가는 LG전자(197건)는 28위에 그쳤다. 만도(102건), 현대모비스(64건) 등 국내 자동차 부품사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나 특허 보유가 부족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현대자동차 넥쏘자율주행차가 삼성역에서 경기고교사거리까지 시험 주행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현대자동차 넥쏘자율주행차가 삼성역에서 경기고교사거리까지 시험 주행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韓, 자율주행 고도기술 특허 부족

우리나라 기업이 가장 많이 공개·등록한 특허는 자율주행 기술 중 하나인 '내비게이션'이었다. 878건으로 전체 특허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 자율주행 특허 상위 집단이 내비게이션 관련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정밀 전자지도, 경로 탐색·안내 기술이 필수다.

내비게이션 특허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미국(7974건), 일본(3863건) 등 해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히어, 톰톰 등 글로벌 전자지도 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는 전체 특허의 82%인 773건이 내비게이션 관련 특허였다. 자동차 기술이 발달한 독일만 내비게이션 특허가 전체의 39.8%로 절반 이하였다.

고정밀 지도를 구축 중인 모바일매핑시스템(MMS) (전자신문DB)
고정밀 지도를 구축 중인 모바일매핑시스템(MMS) (전자신문DB)

우리 기업에서 내비게이션 다음으로 특허가 많은 기술은 충돌방지시스템(239건)이었다. 자율주행차가 사방에서 주행 중인 다른 차량과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기본 기술이다. 이어 위치제어(238건), 레이더 시스템(128건), 자동주차(77건), 어댑티브크루즈콘트롤(59건), 보행자인식(55건), 라이다 시스템(42건) 등의 순으로 자율주행 공개·등록 특허를 보유했다.

반면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 어댑티브크루즈콘트롤(ACC) 등 자율주행 고도 기술 특허 경쟁력은 취약하다. 보유 건 수도 적고 질적 수준도 낮았다. 부분 자율주행부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ACC의 경우 특허 당 피인용수가 1.34에 불과해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레벨4 이상 고도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자동주차 관련 특허 역시 특허당 피인용수가 3.08로 미미하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에는 국산 레이더, 라이다 기술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레이더 기술 대부분은 기초 수준이거나 양산에 적합하지 않은 수준이다. 라이다의 경우 양산할 수 있는 주요 기술 관련 특허는 거의 없다.

콘티넨탈 고해상도 3D 플래시 라이다 (제공=콘티넨탈코리아)
콘티넨탈 고해상도 3D 플래시 라이다 (제공=콘티넨탈코리아)

업계 관계자는 “레이더, 라이다 등은 항공기, 전투기 등에 먼저 적용된 기술이기 때문에 관련 특허를 레이시온, 허니웰, 보잉 등이 이미 특허를 대부분 보유했다”면서 “국내 기업은 최근에서야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 특허 분야에서는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