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국내 구글 파트너에 '서울 리전'을 내년에 설립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리전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구글은 한국뿐만 아니라 스위스와 일본에도 리전을 설립한다. 구글이 데이터센터 구축을 공식화하면서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빅3'가 모두 국내에 진출한다. 2016년 1위 사업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알리바바 등이 연이어 둥지를 틀었다.
외국 기업 데이터센터는 한때 해외 투자 유치 측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국내에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다는 배경이었다. 그러나 클라우드 서비스는 다르다. 클라우드는 빅데이터 산업을 위한 기반 기술이다. 각 나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자칫 외국 기업에 세계 시장은 물론 안방격인 국내 시장 주도권마저 뺏길 수 있다.
또 하나는 보안 우려다.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는 최근 미국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중단했다. 정부의 전폭 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였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고배를 들이켰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정보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구글 데이터센터 설립 배경은 비즈니스 목적이 강하다. 국내 시장이 매력을 끌 뿐만 아니라 경쟁력 면에서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역 분쟁 등을 고려할 때 반강제로 해외 업체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국내 업체 경쟁력이 관건이다. 단순히 해외 업체 파트너로 만족하지 말고 핵심 기술을 확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부도 구호뿐인 클라우드 산업 육성이 아니라 기업과 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방안을 내놔야 한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한 번 뺏긴 정보기술(IT) 인프라 시장이 산업에 미치는 후유증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