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IP 경쟁력 분석]'춘추전국' 글로벌 핀테크 시장..."전통금융 혁신 절실"

핀테크 시장을 둘러싸고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 경쟁이 치열하다. 핀테크 혁신을 위한 특허 경쟁은 전통 금융기관이 아닌 정보기술(IT)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뚜렷한 강자가 나타나지 않은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자리매김하기 위한 금융권 혁신이 요구된다.

◇절대강자 美, 핀테크 특허 80% 독식

전자신문과 IP데이터 기술기업 광개토연구소가 최근 10년간 핀테크 관련 미국 특허청 공개(심사 중)·등록 특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핀테크 특허 가운데 80.56%를 독식하고 있다. 전체 2만8615건 특허 가운데 2만3052건을 미국 소재 기업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은 뒤늦게 글로벌 핀테크 특허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이 총 830개, 캐나다가 총 513개 핀테크 특허를 보유해 미국 뒤를 이었다. 우리는 총 497개 핀테크 특허를 보유했다. 지난해 전통 금융강국인 영국을 제치고 네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영국 핀테크 특허 건수는 총 429개다.

특허 질 측면에서는 더욱 치열하다. 2만개가 넘는 핀테크 특허를 보유한 미국보다도 캐나다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질을 가늠하는 최근 10년간 특허당 피인용 수 평균은 캐나다(9.11), 미국(7.75), 스위스(7.38), 프랑스(7.11)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특허당 피인용 수도 5.46으로 핀테크 강국으로 꼽히는 영국(5.49), 독일(5.04), 호주(4.77)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근 들어 빠르게 핀테크 특허 확보에 나서는 중국 피인용 수는 2.38에 불과했다.

핀테크 특허 시장에서 이처럼 각축전이 벌어지는 이유는 금융업이 전통적인 규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여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달리 시장 진입을 위해 각국 금융 진입 규제를 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금융은 대표적인 각국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여타 특허와는 크게 차이가 나타난다”면서 “핀테크 등장으로 더 이상 금융업에서 IT가 단순 전산이 아니게 된 만큼 이런 때 빠르게 특허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기업이 주도하는 핀테크 혁신

실제 세계 각국 핀테크 특허는 IT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미 핀테크 특허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핀테크 특허는 IT기업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대표 사례다. 일본 핀테크 특허 건수 상위 5개사는 전부 IT 기반 기업이다. 도시바(191건), 소니(68건), 세이코앱손(49건), 라쿠텐(42건), 도시바 글로벌 커머스솔루션(37건) 순이다.

일본 정부 인터넷은행 허용으로 빠르게 핀테크 특허를 확보하기 시작한 소니와 라쿠텐은 특허 질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소니와 라쿠텐 특허당 피인용수는 각각 7.32, 8.92로 평균 이상이다.

핀테크 시장 절대 강자인 미국 역시 IT기업 특허가 우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1213건)가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했지만 피인용 수는 2.24로 미흡하다. 반면에 IBM 피인용 수는 8.02로 미국 전체 평균 피인용 수(7.75)를 웃돈다.

국내에서도 IT기업 특허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는 총 125건으로 여타 국가 특허 보유 1위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피인용 수도 6.29로 우수하다. 이 밖에도 SK플래닛(45건), LG(38건), KT(25건), LG CNS(18건) 등이 활발히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우물 안에 갇힌 한국 핀테크

반면에 국내 전통 금융권 글로벌 특허 확보 움직임은 미비하다. 내수형 규제 산업이라는 금융업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금융권은 지나치게 국내 산업에만 치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캐나다 토론토 도미니언뱅크, 영국 바클레이스 등 금융회사는 자국 내 국제 특허 보유 건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금융사는 NHN페이코, 삼성증권, 한국스마트카드, 다날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전통 금융회사가 아닌 IT기반 기업이 설립한 금융회사다.

국내 특허 역시도 마찬가지다. 국내 핀테크 특허 가운데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특허투자전문기업인 비즈모델라인(1353건)이다. 신한은행과 IBK은행이 각각 943건, 329건으로 뒤를 이었다. SK플래닛(327건), KT(269건), 삼성전자(185건), LG전자(167건) 등 IT기업이 국내 핀테크 특허 보유 기준 상위 10개 기업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지불결제 기반 중견기업 한국정보통신도 총 313건 특허를 보유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이제는 금융시장에도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추세인 만큼 전통 금융기관도 국내를 뛰어넘어 국제 특허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핀테크 기업과 협업해 산업 영토를 넓혀야만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도 글로벌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