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베트남에 진출한다.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이 내년 상반기 베트남 현지에 최적화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다. 베트남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이미 베트남 호찌민에 선발대를 급파, 10여명 규모 전담팀이 상주하고 있다. 사업 운영·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로 구성됐다. 별도 사무실도 마련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베트남 사업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베트남 출장 횟수를 늘리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오랫동안 베트남 시장을 눈여겨봤다. 베트남 국민 평균 연령은 30세 정도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정보기술(IT) 기기와 친숙하다. 음식 배달 앱 인기도 국내 못지않게 뜨겁다. 덥고 습한 기후 탓에 외식보다 배달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베트남유통업협회(VAR)에 따르면 하노이, 호찌민과 같은 대도시 중심으로 음식 배달 앱 이용자가 늘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이용자 비중이 2017년 30%에서 올 상반기 70%까지 치솟았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 확산과 중산층 증가로 베트남 음식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기회가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현재 국내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첫 도전에서는 쓴맛을 봤다. 2014년 말 일본에 진출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합작사를 설립, 음식 배달 앱 '라인와우'를 선보였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배달 음식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지 않은 시기였다. 타이밍이 어긋났다는 평가를 받고 결국 1년여 만에 사업을 접었다. 베트남에서 자리 잡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잠식한 그랩과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랩은 올해 초 우버를 동남아에서 몰아냈다. '그랩푸드'를 앞세워 배달 앱 시장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자본력에서도 우아한형제들을 압도한다. 음식 배달 기사 동선 추적 기능을 앱에 적용하는 등 기술력도 뛰어나다.
현지 업체 텃세도 이겨 내야 한다. '베트나미', '푸디', '라라' 등이 맞대결을 기다린다. 인도네시아 유니콘 기업 고젝(Go-Jek)도 베트남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도 꾸준히 힘을 길러 왔다. 2010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출시했다. 국내에 진입한 그럽허브, 도어대시, 딜리버루, 딜리버리히어로, 우버이츠 등 글로벌 배달음식 업체 추격을 뿌리치고 수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 배달 앱 시장 규모는 올해 3300만달러(약 374억원)에서 2020년 3800만달러(약 430억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베트남 지역은 한국 기업 신뢰도가 굉장히 높다”면서 “문화 측면에서도 우리와 공통점이 많아 사업 초기 자리를 잡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회장은 “배달 앱 발목을 잡으려는 정치권 안팎의 부정 인식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더 크게 성장, 자신있게 해외에 나갔을 것”이라면서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세계로 뻗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