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무한 공공입찰 제한제, 이번엔 법령해석이 '발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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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을 어긴 기업에 벌점을 매겨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시행 후 10년간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 실효성 확보에 나섰지만 조달청과 엇갈린 '법령 해석'이 발목을 잡았다. 논란은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이 나와야 일단락 될 전망이다. 업계는 부처 간 의견 조율, 벌점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2008년 시행됐지만 이를 적용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를 대상으로 벌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지침에 근거했던 것을 2008년 시행령으로 규정·시행했다. 공정위는 3년간 누적 벌점이 5점을 초과한 기업을 공공입찰 참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조달청 등 관계 행정기관에 요청한다. 조달청 등은 해당 기업 공공입찰 참여를 1개월~2년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작년까지 공정위는 한 번도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요청하지 않았다. '3년간 누적 벌점 5점 초과'에 해당하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공정위가 제도 운영에 소극적이었고, 벌점 부과 기준도 느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위도 문제를 인식, 올해 처음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요청했다. 올해만 총 3건 요청이 이뤄졌다. 또한 기술유용 등이 적발된 기업을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할 경우 벌점을 5.1점으로 매겨 즉시 공공입찰 참여 제한 대상이 되도록 하도급법 시행령을 고쳐 오는 18일 시행을 앞뒀다.

그러나 조달청은 공정위 요청 3건 중 2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령을 공정위와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시각차를 고려, 나머지 1건은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문제가 된 법령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이다. 시행령은 공공입찰 참여 제한 대상을 '계약상대자'로 규정했다. 조달청은 '계약상대자'를 '조달청과 계약 관계가 있는 기업'으로 해석했다. 반면 공정위는 현재까지 조달청과 계약을 맺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기업이 해당한다고 봤다.

조달청 관계자는 “공정위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조달청과 진행 중인 계약이 없는 사례였기 때문”이라며 “계약상대자가 있어야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를 지나치게 보수적인 해석으로 평가했다. 조달청 해석대로면 과거 조달청과 계약 사례가 없는 기업은 아무리 하도급법을 많이 위반했더라도 미래에 이뤄질 공공입찰에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과 계약 사례가 있는 기업이 역차별 받는 문제도 지적된다.

조달청은 기재부에 요청한 유권해석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유권해석에 따라 '계약상대자' 정의가 명확해질 전망이다. 공정위도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조달청 등과 개선 방안을 협의할 방침임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상대자 해석에 대한 부분은 조달청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하도급법 위반 기업에 부과된 벌점을 깎을 수 있는 사유가 과도한지 여부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