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심사를 받지 않은 가상현실(VR) 게임물이 범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만든 VR 테마파크에서도 이들 게임이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 송도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 VR 테마파크에 올해 5월 기준 등급심사를 받지 않은 VR 게임 6종이 유통됐다. 해당 테마파크는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정부와 민간이 11억2000만원씩 자금을 넣어 설립했다. 국가가 세운 시설마저도 법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물론 6개 게임 중 4개는 서비스가 중단됐고 나머지 두 개는 8, 10월 각각 심의를 받았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등급 분류 심사를 받지 않고 유통, 이용되는 게임물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일부 민간 VR 체험존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가 넘쳐난다. 좀비를 죽여야만 게임이 끝나는 HordeZ', 교복 입은 여자 캐릭터를 쓴 낸시의 여름 등이 등급 심사를 받지 않은 채 유통됐다. 해외 플랫폼에 등록된 게임이어서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올해 8월 기준 행정자치부에 등록된 VR 체험존 숫자는 204곳이다. 서울(48곳), 경기(42곳)에 절반이 몰려있다. 이어 전남 18곳, 부산 15곳, 경북 12곳, 경남 11곳, 인천 9곳 순서다.
부실한 관리 감독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VR 체험존은 복합유통게임제공업, 인터넷게임시설제공업, 유원시설업 등 다양한 형태로 분류된다. 별도 업종 코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에 대한 공식 현황 파악이 쉽지 않다.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스팀과 같은 해외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게임에 대해선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 한글을 지원하지 않은 게임은 아예 등급 심사 대상이 아니다. 국내 플랫폼이나 체험존에 공급되는 VR 콘텐츠만 규제에 묶여있다.
조훈현 의원은 “VR 체험 시설이 게임 관리기관 묵인 속에 불법 게임물 유통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며 “철저한 전수조사와 함께 등급심의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VR 게임이 활성화된 지 얼마되지 않다 보니 보완할 부분이 있다”며 “현재 관련법 개정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드러난 부분에 대해선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국산 VR 플랫폼 확대에도 나서겠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