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커피값 지원과 고용 창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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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가면 커피 마시면서 공부하는 청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스터디 카페, 북 카페처럼 공부나 독서를 할 수 있는 전문 카페도 수두룩하다. 그만큼 카공족 수요가 많다.

전국 대학생 가운데 87%가 카페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2~3시간을 카페에서 보낸다. 공부도 하고 독서도 하며, 심지어 자기소개서도 작성한다. 독서실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도 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카페를 더 선호한다는 의미다.

대구는 커피 도시다. '시애틀의 잠못이루는밤' '다빈치' '핸즈커피' 등 대구를 기반으로 창업해서 전국으로 퍼져 나간 토종 브랜드가 적지 않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까지 합치면 인구 대비 커피 전문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을 정도다.

대구시가 카페 인프라와 청년 카공족 문화를 그냥 넘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시는 최근 카페를 청년과 기업이 상생 협력하는 공간(청년응원카페)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우선 대학 주변 카페 다섯 곳을 '청년응원카페'로 지정하고 카페에 기업 홍보물을 비치하기로 했다.

이미 응원 카페를 이용할 청년 500여명을 선정했다. 이들에게 10만원 상당 쿠폰을 주고 카페 내 회의실이나 음료 구입비로 쓰도록 했다. 쿠폰은 지정된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취업과 창업 스터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카페를 이용하는 청년의 비용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것이 사업 취지다. 장기로는 청년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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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순진한 발상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미 커피와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청년센터나 일자리카페가 수두룩하지만 청년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가며 굳이 커피를 사 마셔야 하는 일반 카페를 찾는 이유는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커피 값을 지원하고 기업 홍보물을 비치한다고 해서 일반 카페가 청년과 기업 간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진 않는다. 수입이 없는 청년에게 커피 값은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독서실보다 비싼 카페를 찾는 청년이 커피 값 지원에 어느 정도 호응할 지도 의문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이미 구축한 청년센터와 일자리카페에 청년과 기업인이 자연스레 모여들 수 있는 방안 고민이 우선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