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근접출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0m 거리 제한에 대한 자율규약이 사실상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이유로 거리 표기에 대해 난색을 보이며 근접출점 제한만 합의한 것이다. 가맹점주 측은 거리제한 없는 근접출점 제한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80m 거리 제한 등 구체적 거리를 명시하지 않는 대신 담배판매권과 상권 등을 고려해 근접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공정위에 전달했다.
앞서 편의점산업협회는 80m 거리 제한을 담은 자율규약안을 만들어 공정위에 유권해석과 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방안에 대해 경성 담합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췄고 이에 편의점협회는 보완책으로 담배판매권을 골자로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상권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숫자로 거리제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담배판매권은 현행 법상 도시는 50m, 농촌은 100m로 담배 소매인 영업소 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예외 규정으로 소매점 실평수가 30평 이상일 때나 4층 이상인 건물의 지하, 건물 내 영업소에서는 담배를 팔 수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 8월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제한 기준을 현행 50m이상에서 100m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편의점 등 담배판매점 간 거리를 규제하는 담배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정해 근접출점 제한과 관련된 책임 소재에 있어 공정위는 자유롭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편의점 가맹점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담배 판매거리 제한으로 편의점 출점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구체적 거리 제한이 없는 자율규약은 사실상 근접출점 제한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편의점 과당경쟁을 해결할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공격적인 출점을 강행하고 있는 이마트24는 숨통을 트일 전망이다. 근접출점에 대한 거리 기준이 법적으로 제한 될 경우 출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이 양적 성장이 아닌 본격적으로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라며 “확정된 내용이 아니지만 정부 정책에 맞춘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