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연구개발(R&D) 관련 법인을 분리하는 안건을 단독 의결하면서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비정상적으로 개최된 임시 주주총회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법인분리 목적과 절차상 오류를 이유로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21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임시 주총은 R&D 신설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주식회사(가칭)' 설립 안건을 산업은행 참석 없이 단독으로 의결시켰다.
한국지엠과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분할비율은 1대 0.0001804이다. 분할 후 한국지엠 자본금은 2167억7550만원,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자본금은 3911만원이 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지엠은 생산직 근로자 1만명,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에는 연구직 등 3000명이 소속될 예정이다. 생산법인인 한국지엠은 부평공장, 창원공장 등 쉐보레 내수 및 수출 물량 생산을 책임진다.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는 GM 글로벌 중·소형 SUV 개발을 주도해, GM 본사와 업무 연계성을 높이고 한국지엠 신차 개발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산업은행, 한국지엠, 지역사회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산업은행 한국지엠이 법인분리 안건을 단독 의결시킨 임시 주총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고 주주권 행사를 위해 현장에 도착한 산업은행 참석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은행 측은 이날 임시 주총 장소 앞까지는 갔지만, 한국지엠 노조 방해로 참석하지 못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지엠 법인 분할은 정관상 주총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한다”며 “산업은행의 주주권 행사를 방해한 노조, 일방적인 주총 개최 및 법인 분할 결의를 진행한 한국지엠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며 향후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R&D 부문 법인 분리를 결정한 사측에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15∼1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78.2%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할 경우 노조는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원천무효이며 앞으로 모든 동력을 투입해 법인분리 분쇄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카허 카젬 사장은 어디에서 주총이 열렸는지 밝히지 않고 '모처에서 법인분리가 의결됐다'고 발표했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총이 열리고 회의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유래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본사가 위치한 인천시도 이번 한국지엠의 결정에 반발해 청라 시험주행장 부지를 회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초 (한국지엠이) 자동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 등에 매진해줄 것을 기대하며 부지를 제공한 것인데, 법인분리에 노조 등 시민사회의 동의가 없다면 부지 회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